"오빠가 들어주면 좋은데"·"오케"…김승원 법무후보 임상청탁 논란(종합)

지인 문자 식약처장에 그대로 전달…2주 후 임상실험 승인

승인 후 후원금 계좌도 전달…한도 꽉차 실제 송금은 안 돼

김승원 "청탁 아닌 고충민원…금품·접대 받은 사실 없어"

각오 말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3일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향해 각오를 말하고 있다. 2026.9.3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관련 청탁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청탁이 아닌 공익적 민원을 단순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당시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 중이다.

3일 관련 판결문과 공소장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 제넨셀을 설립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던 대학교수 강모씨는 2021년 9월부터 10월 6일까지 사업가 양모씨에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조건으로 투자받기로 했으니 정치권 인사를 통해 빨리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이에 양씨는 그해 10월 7일 당시 민주당 초선 의원이던 김승원 후보자에게 연락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거 오빠가 조금 들어주거나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은데, 왜냐하면 여기는 이미 300억 투자도 유치가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양씨는 "식약처에서 제넨셀을 조금 파악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며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한 자료도 이메일로 전송했다.

양씨는 같은 달 8일에도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이 내년에 상장 준비로 가고 있는데. 그거에 맞춰서 플랜을 짜놨는데"라며 "엉아(김승원을 지칭) 처장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재차 요청했고,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장했다.

질문에 답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3 hama@yna.co.kr

김승원 후보자는 양씨의 부탁에 따라 2021년 10월 12일 김 전 처장에게 연락해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임상시험승인 신청을 했는데 잘 챙겨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후 곧바로 양씨에게 연락해 "일단은 확인해서 나한테 다시 보고를 해주신다고 하니까 한번 좀 기다려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같은 날 양씨로부터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세 군데에서 업무 분장이 돼 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자 이를 김 전 처장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20여분 뒤 김 후보자에게 "염려해주신 건은 회사와 자료 보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잘 챙기도록 실무진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 메시지를 양씨에게 그대로 다시 전달했고, 양씨는 이를 강씨와 공유했다.

양씨는 2021년 10월 17일 김 후보자를 여의도 주점에서 직접 만나는 등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될 때까지 연락을 이어갔다.

양씨는 여의도 주점에서 김 후보자에게 "강씨와 상의한 결과 김 후보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정 고마우면 국회의원 후원회에 지급할 수 있는 1인당 후원금이 최대 500만원이니 일이 잘되면 그렇게만 해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같은 달 24일 김 후보자에게 "화욜(10월 26일)에 승인 날 듯하지만 그래도 엉아 힘 보탠 거 확실히 해야죠^^"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김 후보자는 "응응 그럼. 국부유출 막아야지"라고 답장했다.

발언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9.3 hama@yna.co.kr

식약처는 김승원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연락한 2주 뒤인 2021년 10월 26일 해당 치료제의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되자 양씨는 강씨에게 '승인 건으로 힘써주신 김승원 의원님께 500만원 후원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했다.

같은해 12월 22일에는 강씨에게 "이재명 라인은 승원 옵(김 후보자 지칭)인데 보답을 못 해 다시 부탁하기 그렇고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강씨의 요청에 따라 양씨는 김승원 후보자에게 "교수님이 감사로 후원금 넣는다고"라며 계좌번호를 물어봤고, 김 후보자는 계좌번호와 함께 "고마워"라고 답장했다.

양씨는 강씨에게 후원회 계좌번호를 보내면서 제넨셀이 아닌 다른 사업자 명의나 강씨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보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김 후보자가 후원금 한도액을 다 채운 탓에 송금이 이뤄지지 않았고, 양씨는 재판에서 "김 후보자가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김 후보자와 강씨 사이에 직접적인 금품 수수가 없고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강씨와 양씨는 뇌물공여약속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 전과 기록, 반성 여부,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일종의 불기소 처분이다.

김 후보자는 해당 처분의 사실적·법률적 전제가 잘못됐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냈다.

김 후보자와 양씨와 애초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2013년 당시 양씨가 운영하던 유흥주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은 경험도 있으며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승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언론 공지를 내고 해당 의혹에 대해 "청탁이 아닌, 국회의원 청탁금지법에서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공익적 고충민원 단순 전달"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치료제 허가나 우선 심사, 기준 완화 또는 절차 생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준비단은 "검찰도 민원 전달 자체를 위법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신속 처리 요청만으로는 불법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 과정에서도 이례적인 규정이나 매뉴얼 위반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적시됐으며, 담당 식약처 직원 7명 역시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의 별도 지시나 특별보고가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실제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접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준비단은 당시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체제에서 수사가 이뤄졌다며 "탄핵정국에 편승한 '봐주기 처분'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길에 "2021년부터 검찰이 3년 동안 검사 10여명을 동원해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무혐의 처분이 마땅한데도 일부 행위를 이유로 기소유예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준비단은 이날 오후 추가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자의 요청으로 임상시험 승인이 앞당겨졌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준비단은 "당시 코로나 치료제는 신속심사 프로그램에 따라 '보완자료 접수 후 15일 이내 처리 기준이 적용'됐고 실제 승인 역시 해당 기간 내 정상 진행됐다"며 "수개월간 진행된 식약처 공식 절차에 따라 승인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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