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건 싫어요"…은가은, 13년 내공 깃든 '전국팔도' [인터뷰M]

가수 은가은이 데뷔 13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어설프게 내놓고 싶지 않았던 만큼 오래 걸렸고, 그 시간만큼 앨범은 단단해졌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은가은은 iMBC연예와 만나 첫 정규 앨범 ‘은가은의 전국 팔도’ 발매를 기념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곳곳의 다채로운 매력과 정서를 은가은만의 색깔로 담아낸 앨범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 등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한 평범하지만 정겨운 일상부터 사랑, 가족을 향한 그리움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듯 풀어냈다.

타이틀곡 '전국 팔도'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매력과 풍경을 신명나는 리듬과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풀어낸 흥겨운 트로트 곡으로 은가은만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와 각 지역의 특징, 대표 먹거리를 재치 있게 녹여낸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

이외에도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강원도 배경의 '떴드래요', 서울에서 사랑하는 이 앞에서 풋풋한 모습을 표현한 '서울 깍쟁이',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충청도 사연의 '오긴 오는겨',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를 향한 전라도 감성의 '당신이여', 세월의 흐름에 따른 고민을 담은 경상도 사연의 '와이라노',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제주도 배경의 '폭싹 속았수다', 선공개곡이자 남편 박현호와의 첫 듀엣 곡인 '사랑해 사랑해'가 담겨 특별함을 더한다.

13년 만의 첫 정규다.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만큼 정규 앨범에 대한 갈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은가은은 “다른 친구들이 정규 앨범을 내는 걸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쉽게 욕심내지 않았다.

스스로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서 무대도 많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셨지만, ‘아직 내가 트로트 앨범을 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꼭 꺾어야지만 트로트는 아니지만, 내가 준비가 됐을 때 트로트 앨범을 내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은가은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유독 박한 편이다. 그는 과거 매달 음원을 발표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도 그렇게 마음에 들거나 완벽하게 준비해서 내는 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꾸준히 신곡을 발표해야 하는 흐름에 맞춰 작업을 이어갔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고.

트로트 가수라는 이름과 자신이 내놓는 음악 사이의 간극도 고민이었다. 당시 발표한 곡들은 대부분 댄스곡이나 발라드였다. 은가은은 “그때까지만 해도 트로트를 부르는 게 저한테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했지만 트로트를 하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트로트를 내놓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렇다고 계속 다른 장르의 음악을 발표하는 것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는 “트로트 가수를 하면서 왜 트로트를 안 부르냐는 시선도 많았다”며 “그때는 뭔가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제대로 된 노래를 내고 싶은데 준비만 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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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아니, 솔직하다. 입에 발린 말로 치장하기 바쁜 연예인들의 화법이 아니다. 이렇듯 은가은의 보법은 남달랐다. 결국 서두르는 대신 시간을 들였다.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창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트로트 공부도 계속했다. 은가은은 “많은 분들에게 떳떳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제는 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됐다고 느낀 뒤에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꺼내 든 셈이다.

첫 정규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담는 것도 중요했다. 이번 앨범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한 은가은은 “가수에게 정규 앨범은 작가가 자기 책을 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저기서 곡을 받아서 내 이야기도 아닌데 내 이야기인 것처럼 연기하면서 내고 싶지 않았다”며 “본인이 만든 것만큼 그 곡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완성한 첫 정규인 만큼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온전히 담겠다는 욕심이었다.

노래를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은가은이 꼽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는 고음이다. 그는 “전 아무래도 고음이죠. 그런데 조금씩 고음을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고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예전에는 무조건 높은 노래 위주로 많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수록곡에 높은 곡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계기는 장민호의 한마디였다. 과거 은가은이 직접 만든 노래를 들은 장민호는 “너만 부르려고 만들었냐. 이건 누구 보고 부르라는 거냐”고 지적했다고. 은가은은 “그때 약간 띵했다”며 “생각해 보니까 나는 ‘노래 잘해’라고 하지만 내 노래를 부를 사람은 없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내가 노래를 내게 된다면 대중들이 잘 부를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선배님들의 노래를 연구해봤더니 잘된 노래들은 음역대가 낮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해 대부분의 노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잘 부르는 것을 보여주는 음악에서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음악으로 시선을 넓힌 것이다.

은가은이 생각하는 ‘좋은 가수’ 역시 이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좋은 가수는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꾸준하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가수라고 생각한다”며 “내 몸을 관리하고 좋은 일을 하면서 꾸준하게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가수”라고 말했다.

13년 만에 내놓은 첫 정규는 그래서 은가은에게 단순한 앨범 한 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트로트 가수라는 이름에 스스로 떳떳해질 때까지 공부했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만들었다. 여기에 자신의 장기였던 고음마저 내려놓으며 듣는 사람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오랜 준비 끝에 비로소 스스로 합격점을 내린 은가은의 첫 정규 앨범이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엠오엠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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