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농업보다는 태양광 사업이 훨씬 더 효율이 높다. 송배전망만 잘 깔아주면 ‘태양광 농사’를 지으며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목표인데, 생산성 떨어지는 농지에 태양광발전을 놓으면 산업에 쓰일 전기도 늘리고 사람·기업을 끌어들여 지역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농민들 입장에서 이는 ‘농업을 버리라’는 말과 다름없다. 발전과 농사를 함께 하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 개발에 힘써온 김창한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장은 “그럴 바엔 아예 태양광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태양광·풍력 발전, 송전탑 등 재생에너지와 전력 설비들은 그간 농어산촌에 주로 지어져 전국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켰으나, 개별적인 사건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격전’을 추진하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모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방적 희생 넘어 ‘정의로운 전환’으로, 농촌의 목소리를 듣다’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5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이 가득 찼다. 9명의 농민이 저마다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는데, 태양광·풍력·양수발전, 송전탑 건설 등 정부·기관·발전업자의 일방적인 개발 사업에 따라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단 공통점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수도권에서 쓸 전력을 전국 각지의 농어산촌에서 만들어 보내는 현실이 있다.

이날 ‘전문가 제언’에 나선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려서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건 사기”라는, 과격한 주장을 내놨다. 화석연료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없거나 적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하 변호사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늘려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수요를 줄이지 않고 구조를 바꾸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실효성 없는 핑계에 불과하단 비판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왔지만,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줄이지 못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수직상승해 오늘날 420ppm을 넘기는 지경까지 왔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농민, 노동자, 원주민 등 취약계층은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 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이행 과정에서도 역시 희생을 강요당하기 쉽다.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 변호사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농지를 훼손하고 농촌을 어지럽히는 ‘반환경에너지’가 되어가는데도, 농민들은 ‘그래도 필요하다’며 감내해왔다. 이제는 ‘이런 재생에너지는 반환경적’이라고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만적인 방식의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식량 자급을 위한 농촌과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전력 관련 갈등은 하루이틀 된 일도 아니고 지역마다 뿔뿔이 흩어져 있다. 하지만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이를 하나로 끌어모으는 모양새다. 비록 재생에너지 확대를 앞세웠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전례없던 규모의 전력을 요구하기에 온실가스 배출은 되레 더 늘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핵발전 등과 함께, 전력을 실어나를 초고압 송전망도 더 필요하다. 반면 정부가 기후·환경영향평가 등은 도외시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은 그간 탄소중립이란 목표 아래 농촌 황폐화를 참고 견뎠는데, 3대 메가프로젝트로 그런 관점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농촌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고,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싶다면 주민 참여를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앞으론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땅과 숲 같은 탄소흡수원을 어떻게 가꾸고 보호할 것이냐 같은 새로운 논의를 제기할 것”이라 말했다. 재생에너지·전력 관련 일방적인 개발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선 관련 법률들이 헌법적으로 옳은지 따져묻는 법적 대응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경기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전력을 대기 위해 전국 곳곳에 초고압 송전선을 세우는 계획에 대한 반대를 중심으로 모이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역균형’을 앞세워 서남권 반도체 산단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수도권 중심의 기존 용인 산단 계획은 그대로 유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은 용인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향하는 전국 대행진을 시작했는데, 지역 농민단체들도 여기에 적극 결합했다. 이들은 20일 서울에 도착해 청와대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답을 요구하는 밤샘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법원에서는 용인 국가산단 지정 처분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재판(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