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벗으면 체온 38도"…폭염·화마와 사투 벌이는 소방관들

방화복에 25~30㎏ 장구류 갖추면 순식간에 땀 뻘뻘

통풍 안 되는 보호복 입으면 체감온도 40도 넘나들어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10분만 입고 움직여도 온몸이 완전히 젖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소방서.

소방 장비 착용 시연을 맡은 이시영 소방교는 묵직한 화재 출동용 방화복을 능숙하게 입어 보였다.

장비를 점검하는 소방관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소방서에서 소방관이 공기호흡기를 점검하고 있다.

화재 출동 시 대원들이 착용하는 장구류의 무게는 남자 초등학생 한 명을 업고 있는 것과 맞먹는다.

방화복과 방화 헬멧, 공기호흡기, 무전기, 개인 랜턴, 소방용 도끼 등을 모두 갖추면 장비 무게만 25~30㎏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기호흡기 무게만 10㎏가량이다. 공기호흡기 용량은 통상 40분 분량이지만, 실제 화재 현장에서 숨을 가쁘게 쉬며 진화 및 구조 활동을 벌이면 20~30분 만에 소진돼 교체해야 한다.

대원들은 공기를 다시 채워가며 무거운 장비를 멘 채 화재 속을 수차례 드나든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소방관들은 출동이 없는 시간마다 팀 단위 전술훈련과 개인 체력 단련을 반복한다.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7분이라는 '골든타임'(신고 접수 2분, 이동시간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려고 달리는 소방차 안에서 25㎏이 넘는 장비를 갖춰 입는다.

방화복 착용하는 소방관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소방서에서 소방관이 출동 중 차량 안에서 방화복을 착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여름철 소방관들을 괴롭히는 것은 화마뿐만이 아니다.

꿀벌부터 말벌까지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이 시기에는 소방서마다 하루 10건 이상의 벌집 제거 신고가 쏟아진다.

이어 벌집 제거용 보호복 착용 시연을 맡은 소성용 소방장이 새하얀 보호복을 차례로 갖춰 입었다. 소 소방장은 상·하의를 지퍼로 연결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 노출을 완전히 차단한 뒤, 두꺼운 장갑을 끼고 망사 투구로 얼굴을 가렸다.

보호복 착용을 도운 동료 전준영 소방장은 벌이 옷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소 소방장의 장갑과 소매 사이 틈새를 청색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단 1분 만에 보호복으로 무장했지만, 소 소방장의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벌침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특수가공한 나일론 원단 재질의 보호복의 무게는 2~3㎏ 남짓이지만,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착용과 동시에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착용하기는 힘들어도 보호복은 부상으로부터 대원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필수품이다.

벌집제거용 방호복을 입는 소방관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소방서에서 소방관이 동료 소방관의 벌집제거용 방호복 착용을 돕고 있다.

작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벌집이 손닿은 곳에 있으면 금방 끝나지만, 벽 안쪽이나 처마 틈새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면 1시간 이상 뙤약볕 아래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전 소방장은 "폭염에 벌집 제거용 보호복을 입으면 체감온도는 40도를 웃돈다"며 "10분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에 젖어 진이 다 빠진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장에서 돌아온 대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시원한 얼음물이다. 폭염 속 뜨거운 화염·벌집과 사투를 벌인 뒤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고 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시영 소방교는 "방화복을 벗자마자 체온을 재면 38도가 넘을 때도 있다"며 "그래도 내부 온도가 1천도가 넘나드는 화재 현장에 있다 나오면 한여름 더위조차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취재진이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출동 벨이 울리자 다른 대원들은 서둘러 응급 구조 차량에 올라탔다. 폭염 특보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이마에는 연신 뜨거운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zone@yna.co.kr

조회 558 스크랩 0 공유 1
댓글 1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보러가기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