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운용사, 스페이스X ETF광고에 1.5억 썼다...무리한 마케팅 '뒷말'

금감원 경고에도 대형사 광고 경쟁

한투운용, 광고선전비 8476만원 집행

소비자보호 임원 비토권 보장 안 돼

단기수익 위주 영업관행 막을 거버넌스 부족

빅3 자산운용사 스페이스X 관련 ETF 광고선전비용/그래픽=윤선정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에 '광고 경쟁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 3개 대형사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광고에 1억5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 평균 광고비의 3분의 1 이상을 쓴 운용사도 있었다.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무산되며 과열된 마케팅은 민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산운용사 상품심의위원회 등에는 소비자보호담당임원(CCO)의 비토권이 없어 단기수익 위주의 영업관행을 막을 내부통제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각 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3개사는 지난 5월1일부터 6월12일(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일)까지 스페이스X 관련 ETF 광고선전에 총 1억4576만원을 지출했다. 특히 한투운용은 8476만원을 집행해 가장 광고선전비용을 가장 많이 썼고 미래에셋이 3100만원, 삼성이 300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각 사의 지난해 한 달 평균 ETF 광고선전비와 비교해도 일부 운용사의 '적극적 마케팅'이 두드러졌다. 한투운용은 월 평균 광고선전비(2억2825만원)의 37.12%를 스페이스X 관련 ETF에 투입했다. 지난해 한 달 평균 3억6117만원의 광고선전비를 지출한 미래에셋이 8.58%, 10억7000만원을 사용한 삼성이 2.80%를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한투운용이 스페이스X ETF 광고에 적극적으로 비용을 투자한 셈이다. 광고선전비는 경품 추첨 등 홍보 이벤트에 사용되는 판매부대비와는 다른 개념으로 유튜브, 옥외, TV 광고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문제는 운용사들의 ETF 광고를 보고 투자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내 운용사·증권사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받지 못해 'ETF 내 스페이스X 공모가격으로 편입'이 물거품이 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민원·고소도 이어졌다. 각 사가 강준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공모주 미배정 경위 설명과 보상을 요구하는 3건의 민원을 접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특정일에 스페이스X를 편입한다고 광고해 ETF를 샀는데 이후 편입이 지연돼 자산가치에 변동이 생겼다"는 내용의 민원을 받았다.

한투운용은 ETF 상품에 대해서는 금전 보상이 불가하기 때문에 '기한 내 회신'을 했다고 밝혔고, 미래에셋운용은 "자율 조정 중"이라고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한투운용의 경우 한 투자자가 형법상 사기죄로 한투운용을 고소,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가 이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서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대형 운용사들의 거버넌스가 단기수익 위주의 영업관행을 막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확인됐다. 각 사는 ETF의 상품 적법성·시장성과 리스크·소비자보호 적정성 등을 최종 승인하는 상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서 리스크담당임원(CRO)이나 CCO의 비토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운용과 한투운용은 각각 상품심의위원회, 상품위원회를 운영 중이나 여기서 CRO·CCO의 비토권은 없었다. 삼성자산운용은 "필요한 경우 CCO의 상품개발위원회에서 비토권 수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상품 출시 과정에서 경영기획·상품전략 등 재무·영업 핵심부서의 입김이 강한 점을 고려할 때 '단기수익 위주의 영업관행'이 만연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들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운영할 때 CCO의 비토권을 보장해 재무·영업·상품부서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것을 막고, 비예금상품의 소비자보호 적합성을 더 살펴보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했다.

이에 대해 운용업계는 CRO·CCO가 관련 위원회에서 참여하고,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한투운용은 답변서에서 "스페이스X 비상장주식 청약의 접수·배정·정산은 실제로 절차를 수행한 주관사가 보유한 정보"라며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미배정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한투운용 관계자는 "신규 상장 상품에는 광고비 집행이 많아진다"며 "신규 상품임을 고려할 때 한 달 광고선전비의 37%를 집행한 것은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TF 시장 규모가 커진만큼 그에 맞는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들에 ETF(상장지수펀드) 과장광고 자제를 강조해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0개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투자자는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운용사의 거짓·과장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특히 업계에 모범이 돼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거짓·과장 광고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질타했다. ETF의 순자산총액이 2020년말 52조원에서 올해 5월말 507조4000억원으로 약 876% 증가한 가운데 대형운용사의 책임을 주문한 것이다.

강준현 의원은 "운용사들이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스페이스X를 이용해 공모주 편입을 하겠다며 과대광고를 했으나 현실은 공모주 청약도 받지 못하며 소비자를 기만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단발성 화제에 치중한 무리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운용사들이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상품성과 위험성을 평가해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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