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3000원·100분 공연에 '레드레드''영크크' 4~5번 반복 해외 힙합식 연출, 레퍼토리 부족하면 '파격' 아닌 '빈칸' 아이돌 시스템 수혜 속 '탈아이돌' 추구? 다름보다 기본 먼저 증명해야

그러나 형식이 닮았다고 같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칸예에게는 날밤을 새워도 다 들을 수 없는 방대한 디스코그래피가 있지만, 코르티스는 발표곡이 고작 12곡뿐이다. 넘쳐서 택한 반복과 부족해서 택한 반복은 같을 수 없다. 선 밖을 칠하려던 코르티스는 공연의 기본선까지 흐렸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선명했다. 아이돌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은 의지도 읽혔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 아이돌과 다르다'는 자신감은 기존 문법을 대신할 역량이 있을 때 힘을 얻는다. 그 역량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신감과 오만은 한 끗 차이다. 코르티스의 첫 월드 투어는 그 경계에서 논란을 남겼다.
코르티스는 지난 1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월드 투어 'PUT YOUR PHONE DOWN'(풋 유어 폰 다운)의 막을 올렸다. 데뷔 11개월 만에 성사된 단독 공연이자 오는 9월까지 9개 도시에서 14회 이어지는 투어의 출발점이었다.
이들은 이날 'YOUNGCREATORCREW'(영크리에이터크루)를 5번, 'REDRED'(레드레드)를 4번 불렀다. 'What You Want'(왓 유 원트), 'GO!'(고!), 'TNT'(티엔티) 등 다른 곡들도 두 차례 이상 반복했다. 커버곡과 미공개곡, 유닛·솔로 무대는 없었다. 짧은 러닝타임과 반복적인 세트리스트, 단벌 의상까지 겹치면서 '부실 공연'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확함을 위해 세트리스트를 살펴보자. 코르티스는 보유한 12곡을 본 공연에서 한 차례씩 선보인 뒤 앙코르에서 기존곡을 반복했다. 일부 곡은 리믹스로 변주했지만 전체 27개 무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개가 앞서 부른 노래의 재등장이었다. 특정 히트곡만 다시 부른 것이 아니라 부족한 레퍼토리를 반복 배치로 메운 셈이다.
한 곡을 여러 번 부르는 것 자체가 무성의한 공연을 뜻하지는 않는다. 해외 힙합과 록, 페스티벌에서는 관객 반응이 폭발한 곡을 처음부터 다시 부르며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연출이 자주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칸예와 제이 지의 'Ni**as in Paris'(니가스 인 파리)다. 두 사람은 2012년 'Watch the Throne'(워치 더 스론) 투어 파리 공연에서 이 곡을 12번 연속 불렀다. 트래비스 스콧은 2017년 오클라호마시티 공연에서 'goosebumps'(구스범스)를 14번 반복했다. 켄드릭 라마 역시 2024년 'The Pop Out: Ken & Friends'(더 팝 아웃: 켄 앤드 프렌즈)에서 'Not Like Us'(낫 라이크 어스)를 다섯 차례 연이어 선보였다.
차이는 반복이 놓인 맥락이다. 칸예와 제이 지의 'Watch the Throne' 투어는 두 사람의 커리어를 아우르는 40곡 이상의 세트리스트를 먼저 소화한 뒤 공연의 절정에서 'Ni**as in Paris'를 반복했다. 충분한 레퍼토리를 보여준 다음 하나의 히트곡에 남은 에너지를 집중한 것이다. 이들에게 반복은 빈자리를 채운 수단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공연 위에 더한 과잉의 열기였다.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커버곡을 배제했다면 그 빈자리를 채울 다른 창작물이 필요했다. 라이브 편곡과 미공개곡, 유닛 무대, 멤버별 재해석, 댄스 사이퍼와 영상 등 선택지는 충분했다. 보여줄 것이 부족해 택한 반복과, 모든 것을 보여준 뒤 관객의 열기에 반응해 선택한 반복은 본질부터 다르다.
코르티스는 이번 공연에서 칸예 웨스트와 트래비스 스콧 등 해외 힙합 아티스트를 레퍼런스로 삼은 듯하다. 같은 곡을 거듭 부르며 관객 반응을 끌어올리고, 모쉬핏을 유도해 현장의 열기로 무대를 확장하는 방식이 닮았다. 의상 교체와 정형화된 연출을 덜어내고 날것의 에너지와 현장성을 앞세운 점도 그렇다.
그러나 이를 코르티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칸예 웨스트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24차례 수상하고 76차례 후보에 오른 현대 힙합의 거물이다. 2024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한 리스닝 파티에서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70여 곡을 쏟아냈다. 한 곡을 12번 반복해도 관객이 열광한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한 음악과 수많은 히트곡, 이미 완성된 스타의 신화가 있다.
물론 칸예 웨스트는 음악적 영향력과 별개로 반유대주의 발언과 나치 찬양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의 파격과 기행에서 무대 형식만 떼어내 '힙하다'고 소비하는 것은 맥락을 지운 위험한 차용이다.
코르티스는 이번 공연에서 기존 아이돌 콘서트의 문법과 거리를 뒀다. 커버곡과 유닛·솔로 무대 등 아이돌 콘서트의 익숙한 구성을 모두 뺐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세고 큰 K팝 엔터사에서 태어났다. 데뷔와 월드 투어 과정에서 회사의 자본과 인프라가 제공한 혜택도 누렸다. 아이돌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린 팀이 그 시스템이 쌓아온 완성도와 팬 서비스까지 다름의 이름으로 생략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뜻이다.
선배 방탄소년단은 2014년 첫 단독 콘서트에서 150분 동안 24곡을 소화했다. 코르티스에게 방탄소년단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기존 문법을 깨려면 먼저 그것을 대신할 음악과 구성, 공연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어명 'PUT YOUR PHONE DOWN'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관객과 함께 뛰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관객에게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 할수록 무대는 그 빈자리를 채울 만큼 풍성해야 한다. 기존의 선을 벗어나려면 그 선을 지워도 무너지지 않을 역량이 먼저 필요하다. 코르티스의 첫 월드 투어는 파격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우린 다르다'는 오만이 준비 부족을 만났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