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맞물린 '원구성' 대치에 후반기 국회 40여일 넘게 '공전'
원로·전문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가치 되새겨야"

(서울=연합뉴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들이 제헌헌법 도장날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7.17 [국회사진기자단] scoop@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박재하 안정훈 이율립 정연솔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이 18년 만에 다시 법정 공휴일이 됐으나 정작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는 반쪽으로 운영되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17일 제기된다.
22대 국회의 후반기가 시작된 지 40일이 넘었으나 여야간 '강 대 강 '대치로 원(院)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국회는 공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원로와 전문가는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그만두고 민주주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의장실에서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 원 구성 관련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각각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2026.7.14 nowwego@yna.co.kr
◇ 여야 대치에 국회 파행 계속…국힘 보이콧에 與 '엄중 결단' 압박
여야는 이날까지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법제사법위 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지난달 말 단독으로 18개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를 포함해 11곳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나머지 7곳을 국민의힘 몫으로 남겼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법제사법위 배분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제2당이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택하는 '순차 배분'을 법제화하는 조건으로 후반기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고 있는 법사위의 양보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경 지지층의 요구인 검찰 개혁 등의 현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법사위 양보는 개혁 의지 후퇴로 비칠 수 있고 이 경우 당 지도부가 흔들릴 정도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국회 파행이 계속될 경우 민생·개혁 입법을 위해 독자적으로 원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태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전날 "민생을 끝까지 외면한다면 엄중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 문제와 별개로 20일 본회의를 열고 활동 시한 종료를 앞둔 2차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기 위한 종합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2026.6.30 eastsea@yna.co.kr
◇ 여야 제헌절에도 네 탓 공방…원로·전문가 "민주주의 의미 되새겨야"
여야는 제헌절인 이날도 국회 파행 상태에 대해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지혜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헌법정신을 되새기며 국민의 삶 속에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제헌절을 맞아 조속히 국회로 복귀해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 정신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유린당하는 참담한 헌정사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삼아 국회를 일방적인 독주와 정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질타했다.
여야의 이런 대립을 놓고 정치 원로 및 전문가는 여야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를 하고 있다"며 "소수의 강경파가 과다 대표되는 팬덤 정치가 전체적인 흐름을 왜곡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으로 보장된 힘이라도 그것을 자제할 수 있는 절제력과 상대편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파트너로 보는 관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관습법도 법인데 민주당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관습을 깨뜨렸다"며 "장동혁 대표도 제헌절 행사 참석이라는 관습을 깨뜨리면서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최선의 가치는 상대와 타협하고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회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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