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 시 돕다 다쳐도 책임 면제토록 법이 '보호'…심폐소생술 하다 성추행 처벌 판례 없어

이 과정에서 A 할머니의 팔이 부러졌다. 그는 자신을 붙잡아 주던 B 할머니 때문에 팔이 부러졌다고 했다.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
서로 갈등이 불거졌다. 양측 할머니 자녀들이 모였다. B 할머니 측에서 사정을 봐줄 것을 얘기했다. 500만원에 합의하기로 결론이 났다.
A 할머니를 도우려 한 것뿐이었던 B 할머니는 머릴 싸매고 몸져누웠다. 이 둘은 심지어 수영장에서 함께 하는 무리이기도 했단다.
지난달 17일, 스레드에서 꽤 떠들썩한 주제가 된 이야기다. 글 작성자는 "엄마가 지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니 어른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모친이 신신당부했단다.
이 이야기에 대해 주된 반응은 "남의 일은 역시 무시하거나 모른 척해야 한다"였다. 괜히 나섰다가 피해를 본 거라고.
선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는다. 좋게 끝나면 미담이나 상황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럴 때 법이 보호해주는 건 어디까지일까. 상세히 알 필요가 있다. 막연한 두려움에 '남 일은 모른 척'이 미덕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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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일 땐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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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응급처치해 다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완전히 면제된다. 숨질 경우는 형사책임에 대해 줄여주거나 면제한다.'
다만 전제가 있다. 고의에 가깝게 무리하다 피해를 준 게 아녀야 한다. '고의', '중대한 과실' 등의 단어가 법적 다툼 소지가 있으나, 통상적인 심폐소생술 등은 면책될 수 있단 의미다.
또 의사, 응급구조사, 소방관 등 구조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녀야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의료인 등이라도 업무 중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선의로 구조했을 땐 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3월24일 가정의학과 의사 7명이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쓰러진 외국 여성을 살렸는데, 이 경우 환자가 잘못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의료진이 아닌 시민이 쓰러진 누군가를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설령 그 사람이 다치거나 숨져도 응급의료법 보호를 받을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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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하다가 '성추행'이 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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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발생한 신체 접촉이 강제 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현재까진 단 한 건도 없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하나뿐인 변호사' 채널의 하나 변호사는 24년 8월에 올린 관련 영상에서 "심폐소생술과 관련해 유죄 처벌받은 사례를 보면, 지나가는 사람을 살리려던 게 아니라 이미 다른 범행을 하던 상황"이라고 했다. 심폐소생술을 핑계로 더 만지려 했단 것이다.
지난 2013년 9월, 119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다 준강제추행으로 고소된 사례는 있다. 구급차에 싣고 병원에 옮기던 중, 침상에 있던 피해자의 양쪽 유두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진 게 쟁점이 됐다. 구급대원은 유두를 만진 건 인정했으나, 의식 상태 확인을 위해 '유두 자극 방식'을 실시한 거라 항변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4년 9월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의 유두 부위를 만진 피고인의 행위는, 응급구조사 행위로서 허용한 행위로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방위로 판단된다"고 했다. 응급상황 당시 구급대원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판단했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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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시엔 형사책임 '면제'는 아니란 한계…관련 법안 발의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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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이런 한계가 돕는 걸 주저하는 요인이 된단 것이다.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 2016년 논문에 따르면, 비행기 내 응급 상황을 겪은 96명 중 76%가 응급진료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응급상황 발생 시 또 참여하겠단 비율은 62%로 감소했다.
특히 현행 응급의료법을 아는 의사 집단에선 향후 응급상황시 참여하겠단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임 교수는 "주저하는 이유는 소송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신현영 전 국회의원이 2022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응급의료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의나 중대 과실 없이 처리하면, 환자가 사망해도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법안이었다. 신 전 의원은 "선의의 구조 행위가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게 할 필요가 느꼈다"며 취지를 밝혔었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2024년 5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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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여도 '고소' 당하면 판결까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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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봉침 환자 구호 사건'이다. 2018년 한 한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봉침(벌침) 시술을 받고, 급성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쇼크)이 와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당시 한의원 한의사는 같은 층 가정의학과 의사인 A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피해자 유족들은 한의사뿐 아니라, 도움을 주러 온 A씨에게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협진 요청을 받았으므로,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을 염두에 두고 대처를 했어야 한단 취지였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인 응급의료법 제5조의 2를 들었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고, A씨가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것.
사건 발생은 2018년, 최종 판결은 2023년으로 장장 5년이 걸렸다. 무죄가 나왔어도, 이 과정에서 경찰과 법원을 오가며 입은 고통도 상당했을 터였다.
유튜브 '하나뿐인 변호사' 채널의 하나 변호사도 관련 영상에서 "피해자가 고소하는 걸 물리적으로 막을 순 없다. 어떻게 보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관이 좀 적극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 특히 억울하게 고소된 사항은 신속하게 수사 종결을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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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살렸다, 살리겠단 생각밖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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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씨(51)는 2022년 한강에 뛰어든 여학생을 구했다. 당시 걷기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하얀 교복이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걸 보며 미친 듯이 뛰어갔다. 여학생이 물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뛰어들었단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었다.
김씨는 크로스백(옆으로 메는 가방)에 허리띠를 묶어 물에 던졌다. 학생이 줄을 잡았고 잡아당겨서 살렸다. 그 와중에도 학생 얼굴이 긁힐까 신경 썼다고. 다른 이들은 119에 신고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살렸다.
괜히 껴들었다 피해 볼까 주춤하는 세상에서,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뭐냐고 물었었다. 김씨는 "외국에 살며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다른 나라에서 잘 안 쓰는 말이 '우리'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사회는 유기체이고 우린 서로 다 연결돼 있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강원도 태백 아파트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80대 할머니를 살린 김진호씨(30). 상의를 벗고 코와 입을 막고 땅을 짚어가며 기었다.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할머니 머리가 만져졌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뭔지 물었었다.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두고 나오면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것 같더라고요. 많이 무서웠지만 끝까지 힘을 썼지요. 그땐 살려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