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상 처음 48개국으로 참가국을 확대해 32개 나라가 토너먼트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에서 첫 관문조차 넘지 못했다. ‘황금 세대’로 불리는 화려한 선수 진용을 갖추고도 최악의 졸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병폐를 햇볕 아래 낱낱이 드러내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8일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3 대 1 완승을 하고 32강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 한국 대표팀은 자동으로 32강 진입에 실패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기력했다. 특히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대결은 ‘선수들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렸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올 만큼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팀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 부재가 최악의 결과를 낳은 일차적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맡아 최하위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이미 한차례 실력이 검증된 바 있다. 그런데도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 절차 위반과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벌여 “권한 없는 자가 최종감독을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 불공정하며, 감독 내정 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서면 결의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근무 태만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을 무력화하고, 전력강화위원이 해야 할 감독 후보자 면접을 정몽규 회장이 진행하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문체부 감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 회장으로 대표되는 축구협회의 전횡과 비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 참사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대한축구협회장 4선 연임에 도전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 때부터 시작된 범현대가의 축협에 대한 지배력과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인맥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지만, 그가 물러난다고 카르텔이 해체될지는 미지수다. 축구인들 스스로 처절하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