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선 흔들리자 트럼프 중재 “베이루트 진격 중단”…이란 협상 불씨 살리기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상부 지역의 국경지대에서 1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바논에서 충돌 중인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의 확전 차단에 나서며 이란과의 종전 협상 불씨를 살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 총리 비비 네타냐후와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며 “베이루트로 향하는 병력은 없을 것이고, 이미 이동 중이던 병력도 되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위급 대표들을 통해 헤즈볼라와도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며 “그들은 모든 사격을 멈추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 게시글에서는 “이란과의 대화는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혀 중재 노력이 이란을 향한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 주재 레바논 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외곽 공습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의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확인했다. 레바논 쪽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제안한 구상은 일단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공습 중단과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공격 중단을 맞바꾸고, 이후 휴전 범위를 레바논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가 나온 지 2시간여 만에 공식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헤즈볼라가 우리 도시와 시민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베이루트의 테러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이스라엘군(IDF)은 남부 레바논에서 계획대로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공격을 멈출 경우 베이루트를 타격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재확인하면서도, 남부 레바논에서의 작전은 별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역시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레바논에 휴전은 없다”며 남부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시도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협상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휴전 합의 위반으로 보고, 미국과의 간접 대화 및 문안 교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이란과 미국 사이의 휴전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 적용되는 포괄적 휴전”이라며 “어느 한 전선에서든 이를 위반하는 것은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쪽의 협상 중단 보도에 대해 이날 엔비시(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중단된다고 해서 우리가 가서 폭탄을 퍼붓기 시작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군사적 대응에는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루스소셜을 통해 협상 속도를 비판하는 국내 정치권의 목소리를 일축하며 “이란은 진심으로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및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좋은 합의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게 결국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조회 89 스크랩 1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