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를 보면서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흐름의 미학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연승을 달리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팀이라도 단 한 번의 경기, 그것도 경기 초반에 터진 홈런포 한두 방에 흐름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네요. 특히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점에서 터진 대형 홈런들은 단순한 점수 이상의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분위기가 좋아도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 초반의 작은 균열 때문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야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IA 입장에서는 연승이 끊겨 아쉽겠지만 LG 입장에서는 홈 팬들 앞에서 완벽한 화력 쇼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가져온 결정적인 판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2군에서 오랜만에 기회를 얻어 1군 선발로 등판한 투수였다면 그 중압감과 가혹한 결과 앞에서 어떻게 대처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큰 기대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제구가 흔들리고 홈런을 맞으며 실점하는 매 순간이 마치 바늘방석 같았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감독이 교체 사인을 보내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 느껴지는 자책감과 아쉬움을 내가 직접 겪었다면 한동안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연 다음 등판을 위해 멘탈을 어떻게 추스르고 어떤 방식으로 단점을 보완해서 다시 마운드에 서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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