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주식 이득 70% 부동산에 투자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주가가 1만원 오르면 소비는 130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의 70%를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7일 내놓은 분석 보고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주가 1만원 상승 때 1.3%인 130원가량이 소비 재원으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발표된 2011∼2024년 소비, 자산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지난해 6월) 이후 주가(코스피)가 급등해 지난 6일 사상 처음 7000포인트를 넘어선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3∼4%에 견줘 훨씬 낮은 편이다. 주요국 중에선 독일이 3.8%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와 미국은 각각 3.2%, 이탈리아 2.3%, 일본 2.2% 순이었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차장은 “가계의 주식 투자 저변이 협소해 주가 상승의 체감이 낮은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가처분소득 대비 우리나라의 주식자산 규모는 77%(2024년 기준)로 미국(256%)이나 유럽 주요 10개국(184%)을 크게 밑돌고 있다. 주가 변동에 따른 소비 반응도가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주식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쏠려 있다는 점도 있다.

국내 주식의 경우 그간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은 높아 가계가 자본이득을 영구적 소득이라기보다 되돌려질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소비증가 효과를 약화시켰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미국과 견줄 때 2011∼2024년 중 국내 주식시장의 월평균 수익률은 6분의 1에 지나지 않았고 변동성은 더 높은데다 상승기의 지속 기간은 2.3개월로 미국(3.1개월)보다 짧았다.

가계의 투자 행태를 보면, 분석 기간 중 주식시장에서 실현된 이익이 부동산에 우선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추가적인 소비 여력 확보를 제한한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분석 결과, 무주택자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를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먼저 흘러간 것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주식의 8분의 1 수준으로 낮고, 수익률은 주식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높았던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선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김 차장은 덧붙였다.

한은은 국내 자산시장에서 변화의 조짐은 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가 대폭 늘고 참여 계층이 넓어지고 기대 이익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중 가계의 주식 자본 이득은 과거(2011∼2024년) 연평균의 22배인 429조원에 이른데다 쳥년증,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아진 대목을 일컫는다. 지난해 전체 주식 자산 중 20∼30대 청년층의 비중은 2019년에 견줘 5.5%포인트, 소득 하위 60%(1∼3분위)의 비중은 2.2%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국내외 여건 변화로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주가 하락 시 역자산효과가 더 큰 경향과 맞물려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우려가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빚에 바탕을 둔)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부담 확대가 맞물려 경기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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