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생명을 살린 2심 판결문에 단순 실수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오류가 발견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판결문(67쪽)에 썼다. “오세훈은 2021. 1. 20. 김영선 소개로 처음 명태균을 만났다. 처음 만난 지 2일 만에 명태균에 대하여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명태균에게 불법적인 ‘비용 부담’의 문제까지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명씨는 앞서 검찰에서 ‘2021년 1월22일 오 시장에게 전화로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진술했는데, 2심 재판부는 ‘만난 지 2일’밖에 안 된 사정을 들어 명씨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다.
그런데 2심 판결문에는 오 시장과 명씨가 처음 만난 시점을 ‘2020년 12월9일’로 적시한 대목도 나온다. 명씨가 2025년 3월 창원지검에서 한 진술이다. “2020. 12. 9. 반기문을 만난 이후 김진태를 만나기 전 오세훈을 만났습니다.(중략)”(각주 15번, 59쪽) 심지어 본문에선 2020년을 ‘2021년’으로 잘못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명태균은 2021. 12. 9. 오세훈을 처음 만나러 가게 된 경위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김영선이 자꾸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만났다(중략)”(57쪽).
1심 재판부는 오 시장과 명씨의 첫 만남을 ‘2020년 12월9일’로 특정했다. 명씨와 김영선의 진술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 등 다른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 것이다. 이 시점이 맞다면 2심 재판부의 ‘만난 지 2일’이라는 판단은 근거가 흔들리게 된다. 오 시장과 명씨가 처음 만난 2020년 12월9일부터 여론조사 의뢰가 의심되는 통화를 한 2021년 1월22일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이 기간에 오 시장과 명씨 간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왜 ‘오세훈-명태균’ 첫 만남을 1월20일로 판단했는지 그 근거를 설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태균 말은 믿을 수 없다’로 일관했다. 명태균을 믿지 못하니 다른 사실관계는 따질 필요도 없다는 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오해하지 않게 좀더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