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공장 화재 당시 대피못한 인원 가능성↓…내부 진입 적절성 '도마'
소방, 순직사고 때마다 대책 발표 '실효성' 의문…"현장 지휘관 역량 키워야"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소방당국이 되풀이되는 소방관 순직사고를 막고자 인명구조 가능성이 없는 화재 현장에서는 방어적 진압을 우선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출동 현장에서는 이런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건물 내부에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대원들을 화염 속으로 투입했던 소방 지휘부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부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19일 경기 부천시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공장 화재 순직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에서 소방관들이 운구 행렬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2026.10.19 soonseok02@yna.co.kr
2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다.
김 소방위는 불이 난 건물 3층에 진입해 진압 작업을 벌이다 급격히 확산한 불길과 연기에 고립됐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17일 오전 0시 55분께 숨졌다.
김 소방위 등이 현장에 진입했을 때 건물 내부에는 구조할 인원이 있었을 가능성은 적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화재 진압이 모두 끝난 뒤에 건물 내부를 확인해보니, 대피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는 게 복수의 소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는 소방청이 지난 7월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 순직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지 석 달여 만에 발생했다.
지난 4월 완도 저온창고 화재에서는 내부 진압에 나섰던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가 급격히 확산한 불길에 고립돼 숨졌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위험정보 공유부족과 지휘체계 미흡 등을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소방청은 인명구조 가능성이 없는 경우 위험한 건물 내부로 무리하게 진입하기보다 외부에서 화재 확산을 차단하는 '방어적 진압 전략'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이 순직사고 뒤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1월 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 화재에서도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가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진입했다가 급격히 번진 불길에 고립돼 순직했다.
소방청은 당시 사고 이후에도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하고 현장 지휘관의 교육·평가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순직사고 뒤로 소방관 안전, 사고 재발방지라는 이름 아래 여러 대책이 나왔으나 실상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 셈이다.

(세종=연합뉴스) 17일 '제3회 119메모리얼데이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세종시 세종중앙공원에 경기도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2026.10.17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utzza@yna.co.kr
소방관이 다치거나 숨지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화재 현장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부 진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휘관의 역량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검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 경기소방지부 사무국장은 "내부 진입 여부는 결국 누군가의 판단에 따른 것인데, 현장 지휘관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승진에 필요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행정 업무를 주로 하던 간부가 잠시 현장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내부 진입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대원이 고립되는 긴급 상황에서도 초동 조치가 미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수 전공노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장도 "현장에서는 공격적 진압과 방어적 진압을 적절히 판단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보는 상황과 실제 내부 환경은 다를 수 있다"며 "지휘부는 단순히 불이 났으니 진입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 요소가 있을지 예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 지휘관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첨단장비를 활용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어떤 화재 현장이든 소방관이 고립되는 상황에 대비해 신속동료구조팀(RIT)을 대기시키고, 구조팀에 대한 전문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한 질의에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공장) 관계자의 말만 믿고, (내부) 인명 검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부천=연합뉴스) 16일 오전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6.10.16 [부천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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