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5월부터 기후부 등 출입불허…올해 재개 시도했지만 유엔사 반대에 막혀
23년 된 韓정부시설에 관할권 요구도…"정전협정 관리자 권한 넘는 것" 지적도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상공에서 철새들이 남북 사이를 가르며 날고 있다. 2026.9.29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의 대한민국 영역 언급으로 영토주권 부정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내부 환경·역사 조사가 유엔사의 협조 거부로 2년 반 가까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통일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2020년 시작된 통일부·기후부·국가유산청·산림청 등의 DMZ 내부 조사가 2024년 5월 중단돼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DMZ 내부 조사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DMZ 평화지대화' 합의의 후속 조처로 2020년 5월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 DMZ 생태계 조사(기후부) ▲ DMZ 사라진 마을 조사(통일부) ▲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조사(국가유산청) ▲ DMZ 산림자원 조사(산림청) 등이 진행됐다.
각 부처는 동절기를 피해 5~10월에 조사 사업을 수행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조류독감 확산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사는 2024년 5월 '안보 상황'을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불가하다며 내부 조사를 수행할 각 부처 인력의 출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는 남쪽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이 살포되고,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는 등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하지만 그 후로도 유엔사는 우리 정부의 DMZ 내부 조사 목적의 출입 신청을 매번 불허했다.
올해 5월에도 기후부가 DMZ 내부 조사 재개를 시도했지만, 유엔사는 두 달이 지나 7월에 9·19 군사합의가 효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어 출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민간부문의 DMZ 출입도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
DMZ 평화의 길 중 DMZ 내부 구간을 경유하는 파주·철원·고성 지역 3개 테마노선도 2024년 5월부터 유엔사의 협조 거부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판문점 견학의 경우 유엔사가 2023년 7월 미군 병사의 무단 월북 사건으로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 5월 통일부가 운영하는 특별견학만 재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남북교류협력 민간단체 등에는 출입 불허가 잇따르고 있고, 비정기적으로 운영했던 기자단의 판문점 단체방문도 재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엔사가 정전협정의 관리 주체로서 DMZ 출입을 통제할 권한이 있지만 최근 우리 정부와 국민의 DMZ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며 주권 제약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우리는 주권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 유엔사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그(DMZ)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고 발언, 한국의 영토주권을 부정하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엔사는 우리 정부의 기존 조사활동까지 제동을 건 이유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유엔사는 정립된 절차와 정전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며 각 출입 요청을 검토한다"며 "신청된 연구활동의 잠재 가치는 DMZ 진입 인력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비교해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DMZ 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출입을 불허했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그러나 '남부국경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며 수시로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과 위험한 행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만 통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엔사가 정전협정 준수와 DMZ의 안정을 도모하려면 북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데 한국을 상대로만 DMZ 내 통제 권한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안전이 확보된 지역에서 진행했던 우리 정부의 DMZ 내부 조사까지 제동을 거는 것은 정전협정 관리자로서의 권한을 넘는 것으로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장동우 특파원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15 odissy@yna.co.kr
기존 DMZ 구간의 접근 제한에 더해 유엔사는 지은 지 23년이 넘은 정부 시설인 경의선 역사관 건물의 관할권 조정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출입사무소 인근에 있는 경의선 역사관은 2003년 출경동으로 세워진 건물로 내부 북쪽 모퉁이에 남방한계선(SLL)이 그어져 있다.
유엔사는 지난 3월 말 DMZ 내 MDL·SLL 등 경계선 관측 결과 기존보다 훨씬 더 넓은, 건물의 3분의 1가량이 SLL 이북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역사관 내 SLL 표시를 변경하고, 그에 따른 관할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통일부는 23년간 관리한 부지·시설의 관할권을 넘겨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방한계선이 종전보다 더욱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은 일일 출입 인원을 제한한 상태로 계속 협의 중이다.
임 교수는 "유엔사의 DMZ 관할권 강화 조처들이나 브런슨 사령관의 관련 언급은 한국의 영토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한미 간 긴밀한 협력과 동맹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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