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189만 필지 재해위험 분석…직접 경보 가입 농가 5만여 곳
농작업안전관리자 88명·44개 시군 배치…고령농 안전관리 실효성 의문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주변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다면 그 논밭에서 홀로 일하는 고령 농민의 위험은 누가 읽어내고 있을까.
폭염경보에도 농민은 밭으로 향한다. 집중호우에 논이 잠기면 위험을 무릅쓰고 물길을 살핀다. 날씨가 위험한 줄 몰라서가 아니다. 한 해 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20일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의 51.3%가 65세 이상이다.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7.7세, 1인 농가 비중은 27.1%다. 농촌의 고령화는 농업재해 대책의 출발점이 된지 이미 오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여름철 폭우·폭염 피해 현황과 농업 부문 대응 과제)는 재난이 겹치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7월 경남 산청에 632.6㎜, 충남 서산에 578.3㎜의 비가 쏟아진 뒤 주요 주산지에는 평년보다 2.8℃ 높은 폭염이 이어졌다.
KREI는 폭우·폭염·병해충이 연쇄적으로 덮치는 복합재해에 맞춰 사후 복구보다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진청도 조기경보시스템을 155개 시군으로 확대하고 189만 필지의 재해위험을 분석하는 관제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새 관제시스템도 당시 사과·배·복숭아·포도 등 4개 과수의 고온·저온 위험에 집중됐다.
안전관리도 마찬가지다. 농진청은 농업인안전과를 신설하고 농작업안전관리자 88명을 44개 시군에 배치했다.
근로자를 고용한 5000개 농가의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통해 10만 농가 대상 예방활동도 추진했다.
그러나 홀로 일하는 고령 농민에게 위험 경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누가 작업 중단을 돕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특히 기상재해 위험지역과 방문 점검 대상을 연계했는지, 위험에 처한 농민의 안부 확인과 실제 작업 중단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성과가 필요하다.
폭염 위험이 감지되면 현장 안전관리자에게 알림이 가는지, 독거 고령 농민을 확인하는 체계가 있는지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술의 성과는 경보 횟수가 아니라 실제 줄어든 위험이 말해준다. 재해가 닥치기 전에 현장이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KREI는 농진청 재해대응 관련 연구성과의 현장 확산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재해 예측과 농작업 안전관리, 지방정부의 현장 대응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논밭의 위험을 정밀하게 읽고도 농민의 위험을 놓친다면 그건 반쪽짜리 농촌진흥이다. 이제 연구자 출신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답할 차례다. 그리고 그 답은 '고령 농민의 생명을 지켜냈다'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