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국감 증인 출석…'해킹·금리·지배구조' 질의에 진땀
"송구, 죄송" 연발…"보안 투자 확대·피해 배상 약속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이환주 KB국민은행장(왼쪽)을 비롯한 시중 은행장들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이 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2026.10.19 eastse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채새롬 이도흔 기자 = 주요 시중은행 행장들이 금융권 해킹 사태와 관련해 국회 증인석에 나와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환주 KB국민·정상혁 신한·이호성 하나·정진완 우리·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19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객 피해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상혁 행장은 '해킹 사고로 굉장히 많은 수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지적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는 1등인데 보안 예산 규모는 꼴찌'라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비판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보보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환주 행장은 "신뢰를 기본으로 해야 할 금융기관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인공지능(AI) 해킹에 AI 보안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매일 한 5만건 정도의 해킹 공격을 받고 있다"며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해커가 가장 먼저 침입한 게 KB국민은행'이라는 민주당 김용만 의원 지적에 "신속하게 차단하고 대응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굽혔다.
이 행장은 또 '9월 30일 오전 유관부서 세 곳이 모여 회의하는 과정에서 정보보호 담당 임원이 로그 삭제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의혹 제기에 "제가 지시한 적 없고, 보고받지 못했다"고 반응했다.
이호성 행장은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AI 시스템을 갖추고, AI 해킹에 대비해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보상과 관련, "수수료 면제 등은 이미 했고, 금융안심보험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현재까지는 (정보 유출과 관련한) 피해가 없지만, 피해가 발생한다면 전체를 반드시 배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해킹 공격을 당했지만, 정보 유출은 없었던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행장들도 더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완 행장은 "이번에 해킹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하루에 거의 200건 이상 해킹 공격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저희 직원들이 대응하고 있는데, 조금 미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융감독원이나 금융보안원과 같이 보안 체제를 유지해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태영 행장은 "2022년 구축한 차세대 통합 관제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해서 정말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일부 은행이 올해 7월 개정 은행법 시행 이후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우대금리를 더 큰 폭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를 6월 3.42%포인트(p)에서 8월 3.34%p로 줄이면서 우대금리도 1.96%p에서 1.65%p로 축소했다. NH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가산금리를 3.60%p에서 3.34%p로 줄이면서 우대금리도 2.19%p에서 1.58%p로 축소했다.
민 의원은 "가산금리를 내리면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꼼수로 오히려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 더 커졌다"며 "은행법 개정 취지를 거스르고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무위원장인 같은 당 유동수 의원도 "국민으로부터 고혈을 빨겠다는 뜻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이환주 행장과 강태영 행장은 "가산금리와 관련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세부 자료를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5대 은행장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주문도 이어졌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금감원의 지배구조 특별점검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마디로 셀프연임, 셀프보상, 이너서클, 참호구축, 그들만의 리그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은행장 연임에 가장 중요한 게 실적이라 생각하는 분 있나'라고 묻자 5대 은행장 중 정상혁 행장이 홀로 손을 들었다.
이어 '내부 관리인가'라고 하자 이호성·정진완 행장이 나란히 손을 들었다.
이 의원은 "시중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며 "행장 인사는 회장 입김이 아니라 실적이나 내부통제 같은 능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서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행장은 '고객 정보조차 지키지 못한 행장은 연임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의 추궁에 "지금 당장은 제가 그 부분은 생각을 안 해봤다"고 답했다.
정 행장은 "피해 구제라든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 부분이 굉장히 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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