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라전] 아빠·엄마 옆 손가락 입에 문 아들까지…4천년 전 '가족사진'

12월 개막 '미라, 봉인된 신비' 展…서기관 감독관 니카라의 일상

고대 이집트 신화 속 어머니 여신 등 눈길…150여 점 유물 한자리에

니카라와 그의 가족상 일부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오른손 주먹을 꽉 쥔 남성이 의자에 앉아있다. 무언가는 잡고 있는 걸까, 아니면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걸까.

'니카라'라고 불린 남자의 직업은 곡물 창고의 서기관들을 관리하던 감독관.

고대 이집트에서 서기관은 글을 읽고 쓰는 지식인으로, 곡물 창고에서는 각종 수확물을 측정해 기록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곁에는 아내 니카우네브와 아들인 앙크마라가 서 있다. 벌거벗은 몸에 손가락을 입에 문 아들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어머니와 키가 비슷하다.

니카라와 그의 가족상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으로부터 약 4천300년 전 포착한 가족의 모습이다. 사진이나 영상이 없던 시절 석회암과 안료로 정성껏 빚어낸 '가족사진'인 셈이다.

올해 12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선보이는 '미라, 봉인된 신비' 전시의 주요 유물인 니카라 가족상은 시공간을 넘은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왕국 시대로 분류되는 5왕조 후기, 기원전 2455∼기원전 2350년경 만든 조각상은 카이로 남쪽에 위치한 사카라에서 출토된 것으로 추정된다.

니카라와 그의 가족상 아랫부분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세 사람은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조각상을 소장한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은 "세 사람의 머리는 모두 같은 높이에 위치한다"며 "대칭적이면서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구도"라고 설명했다.

만약 니카라가 서 있었다면 '가족사진'은 달라 보였을 수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니카라가 일어날 경우, 시선은 그에게 쏠리게 된다.

그러나 조각가는 세 사람의 머리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니카라뿐 아니라 아내, 아들도 함께 조명했다. 박물관 측은 "동등한 비중을 지닌 조연"이라고 귀띔했다.

서기관의 팔레트와 갈대 펜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는 아들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강조한 아들은 '곡물 창고 서기관'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다. 니카라의 가족 관계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누가, 왜 제작했을까.

박물관 측은 "니카라가 생전에 의뢰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시 사망한 가족의 무덤에 넣기 위해 작품을 의뢰하는 일도 흔했다"며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텐에게 봉헌하는 아케나텐 왕과 그의 딸이 새겨진 부조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약 4년 만에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이집트 컬렉션을 한국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니카라 가족 외에 또 다른 가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호루스를 안은 이시스 여신상'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다.

이시스는 이집트의 신화적 왕인 오시리스의 아내이자, 오시리스가 죽은 뒤 이집트를 통치한 호루스의 어머니다. 13㎝ 높이의 작은 상은 정교한 조각이 인상적이다.

기원전 1352∼기원전 1336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암 부조는 태양신 아텐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아케나텐과 딸의 모습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호루스를 안은 이시스 여신상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라, 봉인된 신비' 특별전은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실제 미라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의 시간을 품은 유물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연합뉴스와 브루클린박물관, 동아일보, 채널A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티켓링크·인터파크·네이버·카카오톡 등에서는 얼리버드(조기 예약) 티켓을 한정 판매한다.

얼리버드 티켓은 성인 1명당 1만3천500원으로, 입장권 정가(성인 2만2천원)와 비교하면 약 39% 할인받을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11일까지.

전시 안내
[이엔에이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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