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말로만 '크레딧 빌드업'...정책대출 다 갚아도 은행 이용 2년새 30%↓

은행 이용 비중 16.7% 불과…정책금융 재이용은 은행의 4.3배

상환능력 입증한 차주들 정책금융에 고착…재정 부담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은행권 이용 vs 정책금융 재이용 비중 추이,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은행권 신용대출 이용자/그래픽=윤선정정책서민금융을 모두 갚은 뒤 1년 이내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은행권 신용대출을 이용한 비중이 지난해 16.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정책서민금융 완제자 중 정책서민금융 재이용자는 은행권 신용대출 이용자의 4.3배에 달했다. 정책대출 성실상환을 통해 신용 이력을 쌓은 후 은행권으로 이동시킨다는 정부의 '크레딧빌드업'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직전 연도에 정책서민금융을 상환하고 2025년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20만1903명이었다. 대출금액은 4조650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신용대출 개설자는 3만3688명으로,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16.7%다. 대출금액은 6790억원이었다. 저축은행과 카드업권 신용대출 개설자는 모두 은행권보다 많았다. 저축은행 이용자는 6만7931명(33.6%), 카드업권 이용자는 5만8967명(29.2%)이었다. 대부업은 2만4260명(12.0%), 캐피탈은 1만3191명(6.5%)이었다.

대출금액 역시 저축은행 1조3746억원, 카드업권 9097억원으로 은행권(6790억원)을 웃돌았다. 대부업과 캐피탈 대출금액은 각각 2755억원과 1985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엔 서민금융 완제자 16만4967명 중 은행권 이용자가 1만7747명(10.8%)으로 비중은 더 감소했다.

지난해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업권별 대출 이용 비중/그래픽=윤선정은행권 이용자는 최근 2년 사이 감소했다. 정책서민금융 완제자 중 은행권 신용대출 개설자는 2023년 4만8333명에서 2025년 3만3688명으로 30.3% 줄었다. 같은 기간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은행권 이용 비중도 25.2%에서 16.7%로 8.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정책서민금융을 완제한 뒤 정책서민금융을 다시 이용하는 규모는 커졌다. 정책서민금융 재이용자는 2021년 4만3426명에서 2025년 9만364명으로 10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책서민금융 완제자 중 재이용 비중도 29.3%에서 44.8%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정책서민금융 재이용자는 7만5447명(45.7%)에 달했다. 은행권 이용자의 약 4.3배 수준이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고신용·우량차주 위주로 대출을 공급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금융 대출을 완제해도 KCB·나이스 신용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데다 각 은행의 자체적인 신용등급 시스템에서도 메리트를 얻기는 어려운 구조다. 실제 정책서민금융 이용자가 성실하게 상환하면 연 9% 이내 금리로 은행권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징검다리론'의 경우 올해 8월까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실행 건수는 9건에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희망홀씨 성실상환자의 금리를 낮춰주거나 계열사 2금융권 고객의 대환을 지원하고 있다 보니 비슷한 성격의 '징검다리론' 공급액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정책서민금융 완제자들이 은행권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금융을 반복 이용하는 구조는 정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환능력을 입증한 차주들이 은행권에 안착해야 한정된 정책금융 재원을 신규 취약차주 지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금원에 따르면 '수요 대비 정책서민금융 공급비율'은 2021년 4.7%에서 2025년 10.4%로 높아졌다. 올해는 14.3%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정책서민금융 이용 후 상환능력을 입증했음에도 은행권 대출로 안착하지 못하고 정책서민금융을 다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업이나 캐피탈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성실상환이 다음 단계의 금융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크레딧 빌드업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레딧빌드업이 성공하려면 성실상환 이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상환능력을 입증한 중·저신용자를 위한 기초대출상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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