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대신 갑옷 입고 '전생 로맨스'…中 예비부부 사로잡은 웨딩 숏폼[트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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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쑤저우의 한 촬영장. 철제 갑옷을 입고 꿩 깃털 장식 투구를 쓴 남성이 말 위에 앉아 아련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 고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촬영장의 주인공은 전문 배우가 아닌 예비 신랑 해리 선이다. 이 장면을 위해 머리에 가발을 붙이고 온종일 땀을 흘렸다는 그는 "내 연애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데 이렇게 많은 인력이 동원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두 달 뒤 이들 부부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2분30초짜리 숏폼 드라마가 결혼식장 스크린에 상영되자 하객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중국의 결혼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포즈만 취하던 기존 웨딩 촬영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숏폼 드라마로 제작하는 예비부부가 많아지면서다.

사진=틱톡

숏폼 드라마 제작 인프라, 웨딩 시장으로 확장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국 커플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셉트는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서 따온 '삼생삼세(三生三世)'다. 고대 왕조, 1900년대 초 민국시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삶과 세 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운명처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예비부부는 시대별 의상을 갖춰 입고 각기 다른 배경지에서 촬영한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한 숏폼 드라마 산업은 웨딩 숏폼 유행의 주요 배경이다. 1~2분 분량의 짧은 회차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마이크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구성하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제작 방식이 발달했다. 촬영과 편집, 의상과 분장 등 관련 제작 역량과 인프라가 예비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웨딩 영상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영상 콘텐츠와 전통문화에 애정이 깊은 Z세대의 취향도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젊은층에서는 결혼이 아니더라도 전통 의상을 입고 스냅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웨딩 숏폼/사진=시쥐필름 틱톡 계정

인생의 한 장면을 위해…지갑 여는 예비부부

이 같은 웨딩 숏폼 열풍은 침체된 중국 웨딩 산업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청년층의 결혼 기피 속에 2024년 중국의 혼인 건수는 약 610만건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특별한 경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해리 선 부부가 지불한 금액은 스틸 사진 20장과 30초짜리 예고편을 포함해 약 1만2000위안(약 230만원)이었다. 의상과 촬영지, 대본 맞춤화 수준에 따라 패키지 가격은 1만6000위안까지 올라간다. 3생을 넘어 5생, 6생으로 확장하면 비용이 두 배 가까이 뛴다. 통상적인 웨딩 사진 촬영에 드는 5000~8000위안 수준임을 감안하면 많게는 3배가 넘는 비용이다.

청두에 본사를 둔 웨딩 숏폼 제작사 '시쥐필름'은 현재 8개 도시에서 활동하며 매주 약 100쌍의 커플을 촬영하고 있다. 인기 촬영장에는 숏폼 제작 업체들이 몰려들어 예비부부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사진=시쥐필름 인스타그램

"각박한 현실 속 직접 줄거리를 결정하는 경험"

웨딩 숏폼의 인기에 대해 시쥐필름 공동 창업자 뤄웨이는 "결혼의 문턱이 높아졌을 뿐 젊은 세대가 결혼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믿지 않는다는 건 오해"라며 "결혼하는 전체 인원은 줄었을지 몰라도 결혼을 결정한 커플이 서로에 대해 갖는 진지함과 진정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강조했다.

뤄웨이는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주거비 부담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웨딩 숏폼이 갖는 의미에도 주목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원하는 대로 인생의 시나리오를 쓸 수 없지만 촬영장에 있는 몇 시간 동안만큼은 예비부부가 직접 줄거리를 결정하고 결말을 완성한다"며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이는 매우 희귀하고 귀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만큼은 원하는 이야기로 만들고 특별하게 기록하려는 중국 Z세대의 욕구가 웨딩 숏폼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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