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달고 꽃 장식한 중국산 北트럭 10대 압록강 넘어
삼엄 경계 속 개통식…주민 "무역은 양국 등 모두에 좋아"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한 15일 오전 북한 화물차가 대교를 건너 중국 해관에 진입한 모습. 2026.10.15 xing@yna.co.kr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개방하고 무역하면 모두에게 좋아요. 조선(북한)뿐만 아니라 조선반도(한반도), 동아시아 전체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1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단둥(丹東).
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12년 만에 개통한 이날 북중 교류의 최전선인 단둥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며칠 전부터 신압록강대교 주변에 있는 고층 건물은 한칸 한칸 경찰의 점검을 받았고, 대교 가까이에 있는 호텔은 전날부터 줄줄이 투숙이 제한되거나 예약이 취소됐다.
이날 기자가 머문 숙소는 외벽 공사를 한다며 창밖을 내다보지 못하도록 조치했으며 여러 차례 '점검'을 이유로 '이상행동'이 있는지를 살폈다.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한 15일 오전 대교 아래에 운집한 단둥 주민들의 모습. 2026.10.15 xing@yna.co.kr
그러나 단둥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압록강변에 모여들었다.
오전 10시 개통식이 임박하자 대교 가까이로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고, 현지 경찰이 주변 도로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통제했으나 주민들을 일정 거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데 그쳤다.
이날 단둥에는 비가 내렸으나 신압록강대교부터 해관까지 1㎞가량 거리에는 오랜만의 대형 행사를 지켜보러 나온 주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왕복 4차로의 사장교(斜張橋·교각 탑에서 비스듬히 친 수십 가닥의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는 구조)인 신압록강대교는 총길이 3천26m로,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주교는 1천266m 길이로 뻗어있다.
중국이 건설비를 부담해 2014년 완공됐으나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만 12년 동안 공식 차량 통행을 못 하고 있었다.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가 15일 정식 개통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대교 한가운데에서 열린 개통식 모습. 2026.10.15 xing@yna.co.kr
개통식은 주탑 두 개 사이에 아치형으로 불룩 솟은 다리 한가운데에서 열렸다. 대형 스크린 주변으로 양국 당정 간부들과 주민 대표 등 참석자가 자리를 잡았다.
전날에 이어 행사 전에도 왕복 예행연습을 한 북중의 화물차 각 10대는 각기 무대와 약간 거리를 둔 채 줄지어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영상 축사가 끝나자 10시 30분께 양측 화물차들은 상대국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외부 전체를 붉게 도색한 중국 화물차는 전면에 오성홍기 두 개와 붉은 리본을 매단 채 신의주를 향했다.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칠한 북한 트럭은 인공기 두 개와 꽃장식을 달고 단둥 쪽으로 움직였다.
중국 트럭 제조 국유기업 중국중기집단이 만든 북한 컨테이너 트럭 10대는 10여분 뒤 중국 해관에 도착했다.
인공기가 그려진 흰색 야구모자와 흰색 장갑을 착용한 운전수는 해관 인근에 운집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차에는 '평북 83·2675' 같은 번호판이 달려있었다.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한 15일 오전 해관(세관) 주변에서 북한 화물차를 바라보는 중국 단둥 주민들. 2026.10.15 xing@yna.co.kr
단둥 해관에는 고속도로 요금소처럼 생긴 화물차 통로 네 개가 마련됐다.
북한 트럭들은 경광봉을 든 중국 해관 관계자들의 인도에 맞춰 한국어와 중국어가 함께 전광판에 송출되는 통로 앞에 대기했고, 잠시 운전석 문을 열고 입국 절차를 밟은 뒤 해관에 들어갔다.
해관 경내에서는 북중 국기 장식들이 여럿 포착됐고, 쩌렁쩌렁한 폭죽 소리도 들렸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의 외교 번호판을 단 고급 승용차가 해관 안을 주행하는 것이 보여 고위급이 참석한 별도의 행사가 열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관에 잠시 머문 북한 트럭들은 다시 순서대로 신의주 복귀에 나섰고, 11시 10분께 중국 트럭 10대도 모두 단둥으로 돌아왔다.
북중 관계의 부침 속에 오랜 기간 경제 침체를 겪어온 단둥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해관 철조망 너머로 북한 트럭들을 지켜보던 70대 노인 지모씨는 "단둥 토박이로서 아주 기쁜 날"이라며 "오랫동안 못하던 다리 개통을 이제야 했다. 중국과 조선의 무역은 양국에 좋고, 단둥 경제에도 좋다"고 말했다.
자신을 '보통 중국 공민(시민)'이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성은 "중국은 우호적 주변 환경이 중요하고, 주변이 개방된 환경일수록 좋다"며 "크게 보면 조선뿐만 아니라 조선반도와 중국이 연결되는 것이고, 이것은 한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