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태안 기름유출 복구 단체들, 기금 2천800억원 반환해야"

목적사업 사실상 안하고 운영비만 충당…"환수조처 적법"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원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복구를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 기금 2천800억여원을 반환해야 판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들 단체는 수년간 설립 목적인 공익사업은 사실상 하지 않고 임직원 월급 등 운영비에 기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이하 재단)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를 상대로 낸 배분금반환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단이 1천1억여원을, 협동조합이 1천850억여원을 사랑의열매에 각각 지급하라고 명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이 중국 국적 유조선과 충돌해 원유 1만2천547kL(킬로리터)가 유출됐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2월 지역발전기금 2천900억원을 법정 기부금 단체인 사랑의열매에 기탁하기로 피해주민 단체 11곳과 합의했다.

그해 피해주민 단체들은 이 기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익사업을 할 목적으로 재단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태안군·서산시·서천군·당진시의 피해주민 단체는 협동조합을, 보령시·신안군·영광군·홍성군·군산시·부안군·무안군 지역 단체는 재단을 각각 설립해 2018년 11월 지역발전기금을 나눠 받았다.

하지만 2021년께 지역사회에서 재단과 협동조합이 배분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해양수산부와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감사 결과 임직원 출장비 부당 집행, 불필요한 차입, 대의원총회 구성 지연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이에 사랑의열매는 2023년 8월 남은 배분금 환수를 통보했으나 두 단체가 불복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랑의열매 측 주장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였다.

재단의 경우 2021년 말 기준 누적 집행액이 46억원으로 전체 배분금의 4.4%에 불과했는데, 이 중에서도 30억원은 임직원 인건비 등 기관운영비가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도 같은 시점 기준 누적 집행액이 158억원으로 전체의 7.8%에 불과했다. 158억원 중 94억원이 기관운영비였다.

재판부는 "재단은 사업 기간 내 목적 사업을 완수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이 배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 등을 인건비 등 명목으로 소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협동조합은 내분으로 대의원 총회가 기능하지 못했고 본부와 지부 사이 갈등, 본부 내부 갈등까지 상당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단과 협동조합의 사업계획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며 "사랑의열매의 배분금 환수 조처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younglee@yna.co.kr

조회 749 스크랩 0 공유 1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