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책임, 검경 엇갈린 결론

경찰은 서장으로 마무리, 검찰은 국수본 지휘부 기소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규명' 압수수색 나선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를 강간 살인죄가 아닌 일반 살인죄로 송치하게 된 경위를 규명한 검경의 동시 수사가 책임 소재를 두고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성범죄와 살인 사건의 분리 방침을 내려보낸 상부에 그 책임을 물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를 재판에 넘겼고,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현장팀을 지휘한 경찰서 서장과 형사과장 등 일선 간부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21일 활동 종료 브리핑을 열어 "모든 수사의 권한과 책임은 일차적으로 담당 경찰서에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은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통해 광주 광산경찰서에 내려보낸 장윤기 사건 수사 지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여고생 살해, 아르바이트 동료 스토킹 및 성폭행 등 정윤기의 여러 범행을 형사과·여성청소년과가 각각 담당하도록 국수본이 지휘한 이유는 '수사 완결성' 때문이었다고 특수단은 판단했다.

살인과 성범죄 등 범죄 종류별 전문성을 갖춘 부서에서 각각 수사를 담당하되, 장윤기의 살인에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규명하라는 수사 지휘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고 특수단은 확인했다.

그런데도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 배경에는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김모(58) 경무관의 '몸 사리기식' 지시가 있었다고 특수단은 결론 내렸다.

당시 광산경찰서는 여고생 살해 이틀 전날 장윤기가 가해자로 지목된 112 신고 사건을 통해 그의 스토킹 및 성폭행 사건을 접수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을 계기로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가 이뤄지던 와중에 광산경찰서는 '사후 콜백'과 '전수합동조사' 등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의 총체적 진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다면, '초동 조치로 막을 수 있었던 살인'이라는 비난 여론이 재확산할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장윤기' 수사 광주경찰청 압수수색 마친 경찰청 특별수사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수단은 일련의 경위를 파악한 김 경무관이 사회적 비난,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스토킹·성폭행 사건 간 관련성을 차단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장윤기 자취방의 훼손된 리얼돌, 납치 도구인 차량의 열려있었던 뒷문 등 여러 증거와 정황에도 김 경무관의 지시 탓에 수사가 성범죄 목적을 숨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특수단은 발표했다.

특수단이 사례로 제시한 김 경무관의 부당 지시는 스토킹·성폭행 피해자인 '외국인 여성'과 관련한 표현을 제외하도록 한 수사보고서 수정, 성적 목적은 제외한 피의자 조사 범위, 차량 뒷문이 열렸던 사실이 기록된 블랙박스 영상분석 수사보고서의 수정 등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장윤기 부실수사) 범행이 완성됐을 때 얻는 것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겠는가. 송치된 피의자 중 딱 1명뿐"이라며 김 경무관의 부당지시 동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사 결과는 '남양주 사건 후폭풍'이라는 똑같은 단서를 토대로 경찰청 국수본 전현직 간부 4명을 기소한 검찰의 판단과 비교된다.

검찰은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장윤기 사건은 살인·성범죄 사건의 분리 수사가 결국 부실 수사로 이어졌고, 그러한 지휘 배경으로 112 신고 사건 초동 대응 문제를 짚었다.

박성주(60) 전 본부장 등 국수본 전현직 간부 4명을 기소한 검찰은 국민적 질타를 우려한 경찰 수뇌부가 이를 감추고자 장윤기 사건을 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따로 수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검찰 관계자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은 장윤기 사건으로부터 불과 한 달 반 전에 발생했다"며"남양주 사건 당시 어떤 비판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국수본부장 입장에서 얼마나 간절했을지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송치되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부터 약 20일 후 열린 경찰청 특수단 활동 종료 브리핑에서는 '검찰의 앞선 수사 결과와 상반된 결론'이라는 기자들 질문이 잇달았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사실 검찰이 가진 자료나 우리가 가진 자료 간 별반 차이가 없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재판 단계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해석의 차임'임을 강조했다.

경찰의 이번 특별수사는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일선 강력팀 간 유착 의혹이 검찰 보완 수사를 통해 불거진 지난 7월 초 착수됐다.

경찰의 '셀프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수사 주체가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경찰청 국수본으로 옮겨갔고, 특별수사팀이 특별수사단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hs@yna.co.kr

조회 103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