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머니 가족은 제 가족"…진해서 뿌리 찾는 19세 스위스 청년

옛 보육원 찾아 기록 수소문…진해 주민들 전단 붙이며 힘 보태

옛 진해보육원 앞에서 차일숙씨에 대해 설명하는 요슈아 비르쉬(19) 씨
[촬영 박영민]

(창원=연합뉴스) 박영민 기자 = "어머니의 가족은 제 가족이기도 하니까요."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태평동 일대를 찾은 스위스 청년 요슈아 비르쉬(19) 씨는 어머니의 한국 가족을 수소문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가방에는 '차일숙의 한국 가족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힌 전단이 가득했다.

전단에는 그의 어머니 차일숙 씨의 현재 모습과 어린 시절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가 찾는 사람은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스위스 가정에 입양된 차씨의 친생 가족이다.

비르쉬 씨는 2022년 어머니와 함께 진해를 처음 찾은 뒤 해마다 이곳을 방문하며 가족의 흔적을 쫓고 있다.

그는 "어머니는 수년째 이곳에 와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지쳐 있다"며 "저라도 여러 기관을 찾고 전단을 나눠 어머니의 출생 경위를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남원로터리 일대에서 전단을 받은 주민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진을 보여주며 차씨를 아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차일숙의 한국 가족을 찾습니다' 전단 붙이는 권영희씨
[촬영 박영민]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영희(54) 씨는 "한국 사람 찾겠다고 온 건데, 우리가 돕는 게 마땅히 할 일"이라며 그 자리에서 전단을 코팅해 가게 벽에 붙였다.

비르쉬 씨는 한동안 진해구에 머물며 전단 배포와 기관 방문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이날 거리로 나서기 전 어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옛 진해보육원도 찾았다. 지금은 재활원으로 바뀐 곳이다.

비르쉬 씨는 재활원 관계자에게 이전 방문 이후 추가로 확인된 자료가 있는지, 과거 자료는 어디로 옮겨졌는지 등을 물었다.

어머니가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밝혀줄 기록이 더 남아 있기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기존에 확인한 자료가 전부라는 대답이었다.

재활원 측은 과거 자료를 전산화해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했으며, 보유 자료는 이전 방문 때 모두 제공했다고 밝혔다.

재활원 관계자는 "도움이 될 게 있으면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 한다"면서도 "추가 자료가 없고 당시 근무자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비르쉬 씨가 보여준 차일숙씨에 관한 기록
[촬영 박영민]

비르쉬 씨가 찾는 어머니의 한국 생활은 60여년 전 기록에 일부 남아 있다.

그가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차씨는 1964년 10월 25일 진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11월 26일 진해시청 인근에서 발견돼 진해보육원에 인계됐다는 기록도 있다.

차씨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1968년 12월 스위스로 건너갔고, 이후 현지 가정에 입양됐다. 현재는 스위스에서 음악·피아노 교사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정확히 어디에서 발견됐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1967년 보육원에 있던 차씨 앞으로 보내진 흰 원피스 한 벌도 그가 붙잡고 있는 단서다.

비르쉬 씨는 "흰 원피스가 보육원에 보내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발신인과 수신인이 모두 '차일숙'으로 돼 있다"며 "기록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더 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DNA 검사도 큰 도움이 된다"며 "진해나 창원 출신 주민 중 DNA 검사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단지
[요슈아 비르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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