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르포] 끊긴 강 양쪽 다시 이었다…15일만에 놓인 첫 임시교량

트리슐리강 다리 40여개 홍수로 유실되자 네팔군 임시로 교량 가설

구호·복구 속도 날 듯…주민 "장사 재개할 수 있을 것" 기대감

네팔 대홍수 이후 트리슐리강 건너는 첫 다리 개통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데비가트 지역에서 트리슐라강을 지나는 조립식 철제 임시 교량이 완공, 개통돼 사람과 차량이 오가고 있다.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네팔 대홍수로 거의 모든 다리가 유실됐던 트리슐리강.

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홍수 피해지역에서 처음으로 다시 완성돼 통행이 재개된 지난 10일(현지시간) 현지 주민은 이제 강을 마음껏 오갈 수 있게 돼 구호·복구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네팔군이 중북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데비가트 지역에 지은 조립식 철제 임시 교량이 이날 개통됐다.

홍수로 부서진 기존 트리슐리 다리 옆에 세워진 길이 57.9m, 폭 5.5m의 이 다리는 최대 통행 하중이 60t에 달해 대형 트럭과 중장비도 오가는 데 문제가 없다.

네팔 대홍수 이후 트리슐리강 건너는 첫 다리 개통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데비가트 지역에서 트리슐라강을 지나는 조립식 철제 임시 교량이 완공, 개통됐다. 오른쪽 새 다리 왼쪽에 대홍수로 부서진 기존 다리 잔해가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홍수로 트리슐리강의 40여개 다리가 쓸려나간 이후 사람과 물자가 강을 건너는 수단은 소수의 군 헬기와 군이 가설한 몇 개의 집라인(zip-line)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홍수 이후 첫 다리가 개통되면서 구호·복구에 필요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이 지역에서는 거의 정상화되게 됐다.

카룬 타파 네팔군 중령은 지난 5일 동안 오전 4시부터 밤 11시까지 강행군을 벌인 끝에 다리를 완성했다고 현장에서 설명했다.

다리 공사는 끝났지만, 이 다리와 이어지는 강 서쪽의 유실 도로를 복구하는 네팔군 장병들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군용 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가 바쁘게 다리 위를 오가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작업 중이던 네팔군 장병 수십 명이 점심 배식을 받으려고 한쪽에 모였다.

지휘관이 이들 앞에 다가가서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나라에서도 감사하고 있다"고 연설하자 장병들은 군대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네팔 대홍수 이후 트리슐리강 건너는 첫 다리 개통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데비가트 지역에서 트리슐라강을 지나는 조립식 철제 임시 교량이 완공, 개통됐다. 다리와 이어지는 도로를 복구하는 공사 중인 네팔군 장병들이 지휘관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현지 주민 등 많은 이들은 다리 위를 걸으면서 대홍수 발생 15일 만에 되찾은 통행의 자유를 즐겼다.

트리슐리강 서쪽 갈치 지역에 사는 철물상 수만 수베디(34)씨는 홍수 당시 상류에서 미리 연락받고 주변에 다 알려서 산 위로 대피했지만, 한동네 사람만 8명 정도 실종됐다고 전했다.

수베디씨는 "그간 다리가 끊겨 구호물자도 헬기로만 간신히 받고 철물 등 물품을 받지 못해 장사할 수 없었지만, 이제 다리가 되살아나서 물자도 다시 받고 장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데비가트 주민 타쿠르 파우델(51)씨는 홍수 당시 강 건너편 산에서 농사 일을 하던 자신과 가족들은 무사했지만, 강가의 집 1층이 모두 진흙에 잠겼다.

그는 "농사짓는 곳과 자주 다니는 큰 마을이 모두 강 건너편에 있다"며 "다리가 무너져서 너무 불편했는데, 이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고위급 인사로 보이는 한 인사가 다리 개통 축하 차 많은 수행단을 거느리고 다리로 들어섰다. 주변 주민들에게 확인하니 총리를 5차례나 지낸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전 총리(80)라고 했다.

네팔 대홍수 이후 트리슐리강 건너는 첫 다리 개통
(누와코트[네팔]=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데비가트 지역에서 트리슐라강을 지나는 조립식 철제 임시 교량이 완공, 개통됐다. 다리 입구 안내판 밑에 서 있는 사룻 슈레스타씨

1년 전 이맘때 수도 카트만두에 살면서 'Z세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룻 슈레스타(23)씨는 다리 입구에서 그를 바라보면서 "마음에 안 든다.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데우바 전 총리 같은 구세대 정치인들이 집권했을 때는 뭐든지 오래 걸리고 일을 잘 못해 이번처럼 다리도 빨리 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Z세대 시위를 타고 집권한 현 발렌드라 샤(일명 발렌) 총리 정부에 대해서는 "옛날보다 뭐든 빨리하고 잘한다"며 "그래서 다리도 이렇게 빨리 지어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네팔군은 데비가트에서 강 상류 쪽으로 약 8㎞ 떨어진 트리슐리 바자르 지역에서도 다리 건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슈레스타씨는 "외국에서 쌀 같은 구호물자는 많이 보내서 이제 모자라지 않다고 들었다"며 "도로·다리·학교 같은 게 많이 무너져서 빨리 고쳐야 한다. 나라와 외국에서 그런 걸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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