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병원서 처방받은 약으로도 마약중독에 빠질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 조심해야…한알 먹고 바로 중독될 수 있어"

"완벽한 건강은 없다…조금 불완전해도 수용하는 자세 필요"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방법"…김현아 한림대 교수

[※ 편집자 주=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의 인터뷰는 내용이 많아 다섯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로 성장 스토리와 건강 일반, 마약성 진통제의 위험성 등을 다뤘습니다. 다음 주 이후에 나가는 2∼5번째 기사는 현재 병원 시스템의 문제, 자가면역질환. 관절염, 정신질환, 죽음을 맞는 자세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성장 스토리와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현아 교수
[윤근영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어느 날 환자분이 진료실에 약 한 알을 가져왔습니다. 친구가 준 약이라고 했습니다. 이 약을 먹었더니 통증이 싹 사라졌다면서 처방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건 마약성 진통제였습니다. 나는 시간을 들여 그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처방 없이 그 환자를 돌려보냈습니다. 나는 환자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곤 합니다."

이는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류마티스 내과)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8월 26일과 9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병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마약성 진통제는 한 알만 먹어도 중독이 될 수 있다"면서 "마약에 중독된 청년들이 처음으로 마약을 접하는 곳이 병원인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통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하는 방식으로 통증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나치게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려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면서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생활화하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 '분쉬 의학상' 수상으로 TV 뉴스에 나온 김현아 교수
[본인 제공 사진]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병원 종양 내과 전공의, 류마티스 내과 전임의를 거쳐 2000년부터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류마티스 질환과 골관절염의 전문가이며, 의료 정책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연골세포가 죽는 과정과 이유를 밝혀낸 공로로 2000년에 대한의학회 '분쉬 의학상'의 제1회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했다. 당시 김 교수는 36세였다.

이 의학상의 명칭에 나오는 분쉬는 독일인 의사 리하르트 분쉬(Richard Wunsch)로, 대한제국 시기 고종의 시의(侍醫·주치의)로 활동하면서 한국 의료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의료활동 외에도 한국 의료계 실태를 비판하고 자기 경험을 솔직하게 적은 저서들을 연속으로 내놓아서 관심을 모았다.

그 책은 '죽음을 배우는 시간'(2020년),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2023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2023년), '가짜 환자'(2026년) 등이다.

그는 관련 방송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9살 무렵 집에서 김현아 교수(맨 오른쪽 여자 아이)와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막내 여동생이 사진에 없어서 아쉽지만 본인이 가장좋아하는 가족사진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본인 제공]

아래는 1차 인터뷰 기사 질문-답변

-- 고향은 어디인가.

▲ 1964년 서울에서 3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했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맨손으로 삶을 헤쳐나가신 분이었다. 아버지의 부모님, 즉 나의 조부모님이 질환으로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유한양행에 다니시다 그만두시고는 화장품 사업을 시도하셨다.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고 외국인들과 교류도 많아서 화장품 기술과 노하우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대를 잘 못 만나서 성공하지 못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성취는 자기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요즘에 K-뷰티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조금만 늦게 태어나셨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

▲ 어머니는 사범학교(과거 초등학교 교사 양성 학교)를 졸업하고 사립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다.

-- 부모님의 교육관은.

▲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부모님이 먹고사느라 바빠서 요즘처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이 안 됐다.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는데, 적어도 우리 3남매가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셨다.

중학교 입학식 때 김현아 교수
[본인 제공]

-- 본인의 초중고 시절은 어떠했나.

▲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행복하게 지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어머니가 근무했던 학교였다. 중학교 때는 책도 많이 읽고 놀러도 많이 다녔다.

-- 중학생이 어디로 놀러 다녔나.

▲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면 쫓아다니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좋아하는 외국인 가수가 일본에 공연하러 온 일이 있었다. 이 가수가 한국에는 안 온다고 했다. 그때 나는 친구들과 일본에 가고 싶다면서 난리를 피웠다. 그 결과, 부모님한테 엄청나게 혼났다. 당시는 1970년대 후반이었는데 어떤 부모가 중학생 딸에게 해외여행을 허용하겠는가. 지금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았다.

-- 중학교 시절에는 무슨 책을 읽었나.

▲ 문학책도 많이 읽고 추리소설도 좋아했다. 대법관을 지낸 민유숙이 중학교 친구인데, 그와 추리소설을 함께 읽고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1983년 초 상명여고 졸업식 당시 교문에 걸린 플래카드와 김 교수의 어머니
플래카드에는 '83 학력고사 여자 전국수석 김현아양'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졸업생인 김 교수가 교문 앞에서는 사진을 못 찍겠다면서 도망가는 바람에 어머니 혼자 서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본인 제공]

-- 고교 시절은 어떠했나.

▲ 그 당시는 과외가 금지됐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좀 풀어진 상태였다. 그때 과외가 있었다면 학원에 다니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는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 본인은 상명여고 3학년 때 1983년도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해서 신문에 났다고 하던데.

▲ 전체 수석은 아니었다. 당시는 수석을 남녀로 구분해서 발표했다. 나는 자연계 여자 수석이었고, 친구 민유숙은 인문계 여자 수석이었다. 친구가 나란히 자연계와 인문계에서 여자 수석을 한 것이다. 언론사들은 이걸 화젯거리라고 생각하고 기사로 다뤘다.

-- 고교 시절 공부를 잘한 비결은 무엇인가.

▲ 운인 것 같다. 시험 보는 날 몸의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다만 나는 지루한 것을 잘 견뎌내는 편이다. 지금까지 내가 의료계에서 생존해 있는 비결 중 첫 번째는 참을성인 것 같다. 참을성이 있으면 불리한 상황에서 나쁜 판단을 안 하게 된다.

2026년 춘계 학회에서 '사회 의학'의 개념에 대해 소개하는 김현아 교수
사회 의학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의학이라고 한다. 당시 발표 후에 관심들이 없는지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 섭섭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본인 제공]

-- 상명여고 졸업 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는데. 왜 그 선택을 했나.

▲ 나는 생물학적으로 사람 몸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이런 게 재미있었다.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학문을 계속하려면 외국 유학도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부모님께 계속 경제적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친구 민유숙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 의사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사람이 자기 몸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본다. 그런데 완벽하게 건강한 몸이라는 것은 있지도 않다. 살다 보면 병이 생기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삐걱삐걱하면서 그런대로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특히 노화에 따른 질환은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몸에 좀 문제가 있어도 그걸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인사말로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안 한 지 오래됐다. 너무 건강에 집착하면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 그래도 독자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 운동을 하자. 열심히 꾸준히 하자.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특정 운동을 강도 높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생활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잘 자야 한다.

-- 운동은 의지에 따라 할 수 있지만, 잠자는 것은 의지대로 안 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마음을 많이 내려놔야 잠이 온다. 그리고 수면에 할당하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잡는 게 필요하다. 오늘 7시간을 자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때부터 잠이 안 온다. 9시간 정도로 좀 길게 잡아놓고 자기 전에 재미없는 책도 읽고 하면 나아진다.

-- 생명체들은 왜 잠을 자야 하고, 왜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잠을 못 자면 죽을 수도 있다. 뇌에 생기는 노폐물이 잠을 잘 때 없어진다고 한다, 기억도 잠잘 때 정리된다. 잠을 못 자면 치매에 걸린다는 말도 이런 점에 근거한 것이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모습
[연합뉴스 사진]

--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고, 잠을 잘 자야 하고, 그 외 무엇이 필요한가.

▲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가공식품을 피하는 게 좋다. 가능하면 집에서 음식을 요리해서 자연식으로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 가공식품은 왜 나쁘다는 것인가.

▲ 식품회사가 사람들이 많이 먹도록 자연계에 없는 성분을 추가한 것이 바로 가공식품이다. 그러니 이걸 먹으면 체중 조절이 안 되고, 대사증후군이 올 수도 있다

-- 술담배는 어느 정도로 안 좋은가.

▲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안되는 대표적인 기호 식품이다. 와인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하는데, 레귤러하게(주기적으로) 먹는 사람치고 '적당히'가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담배는 말할 것도 없다. 발암 풀질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유해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정작 의사들이 술담배를 많이 하지 않나.

▲ 과거에는 의사들이 담배를 진짜 많이 피웠다. 요즘에는 의사 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 듯하다. 내가 통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의사들을 보면 그렇다. 특히 요즘의 젊은 의사들은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쓴다.

행복 전도사 고(故) 최윤희 씨
사진은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 국민의 행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는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극단적 선택을 해서 국민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는 유서에서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사진]

-- 사람들은 건강 여부를 떠나 통증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데.

▲ 통증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증이다. 크게 다쳤거나 관절염처럼 염증으로 생기는 경우다. 즉 조직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통증이다. 이런 경우는 진통제를 사용한다. 두 번째 타입은 신경통이다. 신경 손상으로 생기는 것인데, 당뇨병 환자들의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이런 통증이다. 세 번째는 이도 저도 아닌 통증으로, 이유 없이 아픈 경우다. 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에 손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의 여기저기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 왜 이유 없이 아픈가.

▲ 이유 없이 아프다고는 하지만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뇌에는 진통 신호를 눌러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프지 않을 정도의 약한 자극에도 매우 아파한다. 통증 인식이 예민해진 것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우울하거나 정신질환이 있으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통증에는 진통제도 잘 안 듣는다. 조직의 손상이나 염증에서 오는 통증이 아니고, 중추신경계의 문제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 섬유근통이 그런 통증인가.

▲ 그렇다. 섬유근통(섬유근육통)은 여러 군데가 아프다. 의학적으로는 적어도 네 군데 이상의 부위에서 아프면 섬유근통으로 본다.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가진 분들은 2차 섬유근통이 종종 생긴다. 과거 '행복 전도사'로 유명했던 분도 수많은 통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아마도 섬유근통을 겪었을 것이다.

-- 이런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나.

▲ 류마티스 질환 자체는 좋아졌는데 통증이 계속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번은 000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어떤 환자가 내 진료실에 찾아온 적이 있다. 살짝만 만져도 아프다고 했다. 염증이 없는데도 이런 것은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에 예민해진 것이다.

러킹하는 모습
[SNS 캡처 사진]

-- 이런 통증은 어떻게 해야 하나.

▲ 특별한 방법은 없다. 진통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환자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잠을 잘 자고, 스트레칭을 비롯한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허리 아픈 환자들에게 배낭을 메고 다니라고 권한다. 출퇴근할 때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걸 러킹(Rucking)이라고 하는데, 미군이 8㎏ 또는 10㎏의 군장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을 일반인의 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여자 기준으로 4㎏의 등짐을 메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나도 그걸 해봤더니 허리도 펴지고 좋았다.

-- 진통제에 의존하지 말고 열심히 운동하라는 것인가.

▲ 그렇다. 약에 너무 의존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약성 진통제다. 청년들의 마약 중독이 병원에서 시작되는 사례가 꽤 있다. 나는 내 환자들을 마약 중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곤 한다.

-- 사투를 벌이다니,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

▲ 예를 들어 나의 환자 중에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싱글맘이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이 환자는 관절염이 좋아졌는데도 계속 아프다고 했다. 그 통증은 관절염 때문이 아니었다. 앞서 말한 섬유근통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진통제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알려주고 어떻게든지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말해줬다. 진료실에 올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건 하나마나 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 싱글맘은 비정규직인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줄이겠는가. 어느 날 이분이 진료실에 와서는 친구가 약 하나를 줬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약 한 알을 먹었더니 통증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나는 그 약을 보여달라고 했고, 그가 꺼내놓은 약은 000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마약 중독자 모습
[AP Photo]

-- 그게 무슨 약인가.

▲ 그 약이 바로 마약성 진통제였다. 나는 그 친구분이 어디에서 이 약을 처방 받았느냐고 물었다. 유명 대형 병원 중 하나라고 했다. 나는 절대로 이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다면서 잘 조절해서 먹을 테니 처방해달라고 했다.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 설득했다. 이 약을 한 알 먹으면 조절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해줬다. 결국 나는 그 약 처방 없이 돌려보냈다. 나는 처방하지 않았지만, 그는 다른 곳에서 처방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 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가 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나.

▲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 신경계에 작용한다. 진통 신호뿐 아니라 다양한 다른 신호를 건드린다. 무서운 것은 한 알을 먹어서 처음에 나타났던 효과가 그 이후 동일한 용량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보면 처음에는 적은 용량으로도 효과가 굉장히 좋다. 이후 같은 용량을 투여하면 갈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계속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사람한테도 마찬가지다. 마약성 진통제 한 알을 주면 그 길로 중독이 되는 사람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 환자 스스로 마약성 진통제를 경계해야 할 듯하다.

▲ 미국에서 청소년들이 처음에 마약을 접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병원이었다. 다치거나 수술했을 때 통증이 심한 경우가 있다. 환자가 너무 아프다고 하니 이걸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어떤 제약회사는 "통증을 그냥 두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고 하면서 의사들을 세뇌시키기도 했다. 미국 의사들도 이제는 그 위험성을 알고 그런 마약 진통제 처방에는 주의한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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