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판사 술값' 170만원 vs 409만원…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공수처,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대법 자체 조사결과와 배치

대법 곧바로 징계 절차 나설지 주목…"1심 선고 후 가능성"

공수처, 지귀연 부장판사 청탁금지법 기소
(서울=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4일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술자리 접대의혹'을 받아온 지귀연(52·사법연수원 31기) 부장판사를 4일 재판에 넘기면서 대법원이 곧바로 징계 절차에 나설지 주목된다.

공수처 수사 결과는 지난해 9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내놓은 설명이나 지귀연 부장판사 측 해명과 상당 부분 배치돼 정확한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을 둘러싸고 팽팽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1심 선고공판
(서울=연합뉴스)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지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지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이틀 뒤인 16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같은 달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법정에서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지 부장판사는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본 적 없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발언했다.

이후 윤리감사관실은 "의혹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서도 지 부장판사가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조사 결과 발표를 미뤘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대법원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법원 감사위원회에도 회부해 조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윤리감사관실은 결국 지난해 9월 30일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감사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공수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비위행위가 드러나면 엄정 처리해야 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놨다.

당시 윤리감사관실 결론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9일 A·B 변호사와 만나 횟집에서 1차 저녁 식사와 음주를 했고, 1차 음식값 15만5천원을 본인이 결제했다.

당시 윤리감사관실은 2차 술집 비용은 170만원으로 A 변호사가 결제했다고 봤다.

이는 공수처 수사 결과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청담동 2차 주점 술값이 409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가 술 한두 잔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일어났다고 설명했으나, 이날 공수처는 그가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물렀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도 술값 지불과 관련해 대가성은 없었다며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실제 지불된 총 술값은 얼마인지,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이에 따라 그가 마신 술값을 얼마로 계산할지 등이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변호사가 각자 계산한 것을 두고 '동일인'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적용을 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한다.

지귀연 의혹 관련 기자회견하는 민주당 정의찬 원내대표실 정무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귀연 부장판사가 결국 재판에 넘겨지면서 대법원이 공수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법관징계법상 법관 징계처분은 정직·감봉·견책으로 나뉜다.

징계 사유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등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징계 처분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A 부장판사는 사업가로부터 추후 '짝퉁'으로 드러난 골프채를 받은 의혹이 제기돼 2021년 6월 징계위에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당시 A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는데, 검찰은 이듬해 1월에야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는 다만 2024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반면 약식기소 등 수사기관 결과가 나온 뒤 징계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수원지법 김인택 부장판사는 재판받고 있는 지인에게 골프 여행비를 대납받은 의혹으로 올해 2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한 달 뒤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대법원은 약 5개월 뒤인 지난달 김 부장판사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지 부장판사 경우와 같이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경우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려 본 뒤 징계위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법관조직법은 '징계 사유에 관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그 절차가 완결될 때까지 징계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윤리감사관실도 이미 (공수처와 다른) 결론을 내지 않았느냐"며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1심 형사 판결 결과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해지는 걸 지켜보고 결론을 내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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