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네팔 홍수·산사태와 관련해 한국남동발전의 어퍼트리슐리-1(UT-1)을 비롯해 히말라야 산악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수력발전소의 ‘밀집 개발’이 참사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지역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려 몰려드는 수력발전소와, 심화하는 기후변화 사이의 문제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힌두쿠시-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하는 11개 주요 강에 물을 공급하는 ‘아시아 물 저장고’(AWT) 지역에는 현재 1100개 이상의 수력발전 개발사업이 운영·건설·계획 중이다. 특히 현재 166개 발전소에서 3167㎿의 전력을 생산하는 네팔은 앞으로 538개 발전소에서 1만265㎿를 생산하려 하는 등 수력발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이나 빙하 감소에 따른 홍수·산사태 등의 재난이 반복되면서 소규모 수력발전의 밀집 개발이 산사태 위험 증가, 유역 면적 감소, 수자원 부족 등을 부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어퍼트리슐리-1에 대한 민간 투자를 주도한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는 이미 2020년 개별 발전소 단위를 넘어선 유역 전체에 대한 ‘누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내놓고 “현재 같은 방식의 개발이 계속될 경우 중요한 생태계 핵심 요소들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조처는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고산 수력발전 천혜의 조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발생한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 지역에서 일어난 홍수·산사태는 현재까지 1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며, 그동안 간과됐던 수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이 지역에 밀집한 수력발전소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히말라야 산악 지역은 몬순(우기)인 6~9월에 홍수·산사태가 잦은데, 사고 때마다 수력발전 피해가 꼭 언급될 만큼 관련 시설이 많다. 수력발전의 기본 조건은 수량과 낙차로, 일년 내내 빙하가 가득하고 험준한 산세로 높낮이가 큰 히말라야 지역은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수력발전 개발사업이 너무 많아졌단 사실이다. 2021년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차몰리 지역에서 빙하와 지반이 붕괴하며 홍수·산사태가 일어났는데, 이는 ‘리시강가’ 수력발전소를 비롯한 4개의 수력발전소에 큰 피해를 줬다. 2023년 10월 인도 북부 시킴주에서 일어난 빙하호 붕괴 홍수(GLOF)도 1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한편, 이 지역 최대 규모인 1200㎿ 용량의 ‘티스타’ 3호 수력발전소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2015년 네팔 고르카 지역에선 규모 7.8의 지진으로 9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당시 네팔 전체 수력발전 30%의 공급이 끊겼다.
힌두쿠시-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을 비롯한 그 주변 지역은 11개 주요 강의 발원지로, 최대 30억명에게 수자원을 제공하고 전세계 생물다양성을 떠받쳐, ‘아시아 물 저장고’(Asian Water Tower·AWT)로 불린다. 2000년 이후 이 ‘아시아 물 저장고’에서 운영·건설·계획 중인 수력발전소는 1100개 이상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의 대형 개발사업이 압도적이지만, 네팔과 부탄처럼 국가 개발 수단이나 수출 상품으로 수력발전에 투자해온 나라들도 있다. 황석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량과 낙차 말고도 경제성이 수력발전 개발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며 “상대적으로 다른 자원이 빈곤한 산악 지역 국가들이 좁은 지역에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많이 지어온 이유”라고 짚었다.
특히 네팔은 강줄기 일부를 우회시켜 터널을 통해 떨어뜨리는 방식의 소규모 수로식 수력발전소들을 많이 지어왔고, 어퍼트리슐리-1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개발일지라도 좁은 지역에 밀집하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소규모 사업 그 자체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긴 어렵지만, 여러 사업이 밀집할 경우 전체 환경이 어떤 임계점을 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소속 야두 포크렐 박사는 최근 ‘아시아 물 저장고’가 처한 위협을 분석한 논문에서 “소규모 및 수로식 수력발전 사업이 조밀하게 들어설 경우, 누적적으로 하천 수량의 고갈, 침수, 야생생물 서식지 단절, 유량 체계의 변화, 보전지역 영향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수력발전 밀집 입계점 달했나
어퍼트리슐리-1에 대한 국제금융을 주도한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는 2020년 트리슐리강 유역 수력발전 개발사업에 대해 ‘누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냈다. “여러 수력발전 사업이 동시에 추진·운영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결합해 미치는 ‘유역 전체 차원의 누적 영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트리슐리강 유역에는 총 81㎿ 규모의 수력발전소 6곳이 운영 중, 286㎿ 규모의 7개 개발사업이 공사 중, 최소 23개 개발사업이 계획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수생 서식지 파편화, 유역 면적의 감소, 수자원 부족, 산사태 위험 증가” 등을 주요 ‘누적 영향’으로 꼽고,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지속될 경우 중요한 생태계 요소들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 짚었다. “(경제성이 더 좋은) 상류 지역은 본류 외에도 여러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구체적인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실제 개발 과정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찾아보긴 어렵다. 인도에 있는 비영리 환경단체 ‘댐·강·인간을 위한 남아시아 네트워크’(SANDRP)는 “누적되는 재해, 빙하호 범람, 국경을 넘는 영향,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력 확대 등의 문제를 다룰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어퍼트리슐리-1 개발사업은 국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기후·재난 복원력을 구축하며 환경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는 명목도 내세웠는데, 정작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 이와 관련한 조처는 없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국제기구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역시 2021년 인도 차몰리 참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점점 심화하는 산악 지역 사고들이 “‘수력발전은 축복인가, 재앙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 등을 이유로 수력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지만, 유량과 수질에 환경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 심화로 인한 유량 변동이나 빙하호 범람, 극한 기상현상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단 것이다. 야두 포크렐 박사는 “물, 에너지, 기후를 상호 연결된 체계로 인식하는 통합적인 관리체계(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한 급속한 확장이 아닌,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시스템 차원의 회복력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바탕으로 기반시설(인프라) 개발을 재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