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잘린 고양이의 역사 [유레카]

거리에서 왼쪽 귀가 살짝 잘린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TNR·티엔알)을 받은 길고양이일 가능성이 크다. 티엔알은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rn)의 준말로,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불임수술을 시킨 뒤 원래 영역에서 지내도록 하는 관리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경기 과천·서울시 등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2018년부터 정식 국가 ‘길고양이 관리 정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언제부터 고양이에게 불임수술을 시키게 됐을까. 논의는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동물복지단체 ‘대학동물복지연합’(UFAW)과 수의사 제니 렘프리, 활동가 루스 플랜트 등은 ‘고양이를 죽이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인간에게 친숙하지 않은 야생 고양이를 포획해 살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세기 초까지 동물보호단체마저 야외 고양이를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티엔알을 대중화한 건 1960년대 중반 패션모델 실리아 해먼드다. 그는 직접 포획 장비를 개발해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며 “고양이를 죽이지 않는 것이 개체수 제어에 더 효율적이고 인도적”이라 주장했고,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위생당국과 격렬한 갈등을 겪었다. 1978년 렘프리의 첫 학술 논문과 런던 리젠트파크 사례 논문(1984년)으로 과학적 토대가 마련됐다.

‘중성화 효용성’ 논란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 이후 학계는 티엔알이 개체수 감소에 효과가 없어 살처분이 답이라는 쪽과, 제대로 된 티엔알은 진공효과(빈자리에 새 고양이가 유입되는 일)를 막아 안정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갈려 맞서왔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이어진 ‘캣맘 금지법’ 논쟁의 핵심도 다르지 않다.

책 ‘길냥이로 사회학 하기’의 저자 권무순은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가 자연과 인간 사이에 놓인 ‘경계동물’이라고 설명한다. 생식 능력을 제거당하는 대신 “(우리 사회의) 이등시민”으로 살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시민’이 될 수 있다면, 고양이에게 사냥당하는 수많은 새의 ‘참정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에 대한 찬반 청원을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30여년을 돌고 돌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김지숙 지구환경부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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