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재매입 확대 발표 약발, 이틀도 못 가…"피상적 응급조치 불과" 지적도
40조달러 미 정부부채에 투자자 신뢰 약화…"수십년 방만지출에 어려운 선택 남아"
지출삭감·증세 논의 필요하지만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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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채권 트레이더 출신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국채 금리 급등에 재매입(buyback) 확대 발표로 이를 누르려고 시도했으나 '채권시장에 의해 교육을 당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21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가 채권시장에 의해 교육을 당한 다사다난한 한 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무부의 국채 재매입 발표로 매도세가 주춤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WSJ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베선트 장관이 인위적 조치로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려고 시도했으나 높은 물가 상승률, 연방정부 부채 증가, 대규모 국채 발행 등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피상적인 대증요법만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 즉 국채 가격 하락세가 수개월간 지속됐다. 이에 국채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17일에는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6월 이래 최고치인 5.31%까지 올랐다.
19일 재무부가 장기 국채 재매입 규모를 최소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국채 수익률이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발표 이전을 넘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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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이 인용한 트레이드웹 자료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금요일인 21일 4.737%로 마감했으며, 이는 1주 전의 4.695%보다 더 높았다.
투자자들은 재무부 개입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통화가치 하락 거래'(debasement trade)로 달러를 팔고 금과 암호화폐를 사들였다.
WSJ 달러지수는 1주간 0.7% 하락했고, 비트코인은 22% 급등했다.
19일 재무부가 내놓은 재매입 확대 계획에는 경과물(off-the-run) 국채의 재매입 규모를 기존 20억 달러(2조7천761억 원)에서 최소 40억 달러(5조5천522억 원)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재무부가 이 조치를 발표한 목적은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는 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멈추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분석가들은 19일 재무부 발표 후 국채 수익률이 한때 급락한 이유 중 하나로, 발표가 갑자기 나왔기 때문에 트레이더들 중 일부가 장기 수익률 상승에 베팅했던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해야 했던 점을 꼽았다.
그러나 19일 늦은 시간에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가 처음으로 40조 달러(5경5천522조 원)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악재가 겹치고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재무부 발표의 효과가 사라졌다.
분석가들은 재무부가 재매입 확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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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주 브룩필드 소재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 전략가 브라이언 제이컵슨은 고객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장기채 비중을 축소한 상태였다며, 19일 재무부 발표가 나왔을 때 '오래가지 못할 피상적 응급조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고 WSJ에 설명했다.
제이컵슨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베선트 장관이 "시장을 움직이는 법을 안다"면서도 "문제는 트레이더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는 단기 조치에 관해 생각하지만, 이것들은 해결해야 할 장기적 이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겐나디 골드버그는 현재 채권시장 상황이 장기간의 부채한도 대치 끝에 미국이 2011년 처음으로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겪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중앙은행, 의회, 그리고 어느 정도는 재무부 자체를 포함한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의회와 행정부가 증세나 지출 삭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 흐름을 지적하면서 "이는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계획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십 년간의 방만한 지출 뒤 워싱턴은 머지않아 오랫동안 미뤄 온,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그 부담에서 자유로울 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당파적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을 위한 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와인 선임 정책국장은 차입 비용이 오르면 부채 부담은 더 커지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 비용이 경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진정한 부채의 악순환이 막 일어나려는 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심화는 약 25년 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시작됐으며,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최근 10년 사이에 특히 더 악화했다.
조지 W 부시의 전임자인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미국 정부는 1998 회계연도부터 2001 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으로 균형예산을 달성해 부채를 갚아나갔다. 당시는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수립된 178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정부의 차입액은 19조 달러(2경6천346조 원)를 조금 넘는 정도였으나, 최근 10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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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의회 산하의 초당파적 조직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은 연간 1조 달러(1천387조 원)로, 2010년의 5배가 넘는다.
WP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와 달리, 최근 몇 년간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최대 차입 주체였다.
미국과 다른 국가의 정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돈을 빌렸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넘기기 위해 다시 차입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이후 높아진 에너지·식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더 늘렸다.
채권시장의 불안을 확실히 해소하려면 미국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신뢰할만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WP는 지적했다.
베선트 장관은 20일 경제 전문 채널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건전화에 초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발표를 준비 중이라며 세입과 세출 모두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독립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증세와 함께 사회보장·메디케어 등의 지출 삭감을 어떤 식으로든 병행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가 두 달 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행정부가 약속한 재정 건전화는 "실현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게 영국에 본사를 둔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레이즈가 고객들에게 최근 내놓은 관측이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