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연철 | 정치부장
지난 폭염처럼 길고 찐득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6·3 지방선거 직후부터 이어진 ‘오디세이’의 끝은 개운치 않다. 파묘, 적통, 신천지, 계파 패거리 논쟁은 전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대표, 최고위원 후보 할 것 없이 꼭 시비를 가리고 말겠다며 8월17일 이후는 없다는 듯 싸웠다. ‘심리적 분당’, ‘사생결단’, ‘내전’이란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전대는 불신과 감정의 골을 깊게 남겼다.
두달여의 전대가 끝난 자리에는 난제들이 남았다.
전대가 사실상 ‘명-청 대전’으로 치러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열렬했던 지지층 가운데 적잖은 수는 ‘비판적 지지층’으로 한발 비켜섰다.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생중계를 퇴근 뒤 다시보기 할 만큼 지지자였던 한 지인은 대통령이 과하게 전대에 개입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고 했다. 한 민주당 권리당원은 국정운영에서 “애초 대통령이 약속하고 우리가 위임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모습에 경계심이 든다”고 했다.
전대 중 불거진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은 이들의 경계심을 높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통합 확장 차원에서 위촉했던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5·18이 성역이 됐다”고 한 뒤 물러났는데, ‘이 정부의 외연 확장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관한 물음표를 남겼다. 정부에 70∼80%대 지지를 보냈던 4050세대의 지지율이 8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50%대로 주저앉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만큼 ‘권력 견제’라는 공화의 가치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세대가 이들이다.
청년 문제는 딱할 정도로 실책을 연발해 수습이 어려운 지경이다.
전당대회 초반 당 전대 준비위원회가 8년 만에 부활하겠다고 결정했던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은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최고위원 기탁금도 몇배를 올렸다가 “돈 없는 사람은 나오지 말라는 것이냐”는 뭇매를 맞고서야 뒤늦게 내렸다. 일부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의 당비 미납으로 인한 자격 논란도 며칠 만에 없던 일이 됐다. 2022년 비슷한 사례로 전대 출마가 무산됐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적용한 잣대와는 달랐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았다.
황희 의원의 ‘버스하우스’는 쐐기포 같았다. 청년들은 폐버스로 만든 고급 아파트 가상 이미지를 줄줄이 올리며 패러디로 분노를 표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해의 경계에 가까워진 여성 청년층의 이탈도 심상찮다. 거듭된 실수와 엉성한 수습은 ‘과연 이 당은 공정한가’라는 회의감을 일게 했을 것이다.
심상찮은 부동산 여론과 미뤄둔 조작기소 특검법은 고폭발성 과제들이다.
달까지 갈 듯했던 증시에 가려졌던 부동산은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정부는 연일 회의를 열고 ‘할 수 있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신속하게’ 동원하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말의 강도가 신뢰에 한참 못 미친다. ‘닥치고 짓겠다’는 말 안에서 조급함과 초조함에 더해 무모함까지 엿보인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부터 공급 절벽이 시작됐다”는 여권의 말들은 설령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궁색하다. 부동산이란 허들에 걸려 정권을 잃었던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대로는 내년 4월 치러질 수도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못 이긴다는 위기감은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뒤보다 더한 후폭풍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조작기소 특검법의 공소취소권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 같다.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50%가 잘못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문제보다 여론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지 모른다. 김민석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조작된 기소는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반면 송영길 당시 후보는 “공소취소권은 삭제해야 한다”고 다른 생각을 말했다.
뜨거운 여름은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데드크로스가 닥쳐왔다. 지지층의 열렬함도 이전만 못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대가 남긴 난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스산한 가을을 맞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