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증시 부양의 엇박자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의지는 선명했다.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걸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강화, 생산적 금융을 잇달아 밀어붙였다. 장기투자를 늘리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방향도 분명했다. 증시가 역사적 고점을 거듭 경신하는 과정에는 반도체 호황뿐 아니라 이런 정책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정책을 보면 큰 방향과 세부 설계가 따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증시를 살리겠다는 목표는 분명한데 정작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시장 현실과 어긋나는 장면이 반복된다. 논란이 커진 뒤에야 다시 고치는 장면도 반복된다.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은 이런 엇박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연간 납입한도 이월을 없애고 계약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기존 ISA에도 이월을 금지하고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제한했다. 장기투자를 장려한다면서 대표적인 장기 절세계좌의 활용 폭은 오히려 좁힌 셈이다.

현실과도 맞지 않았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형편이 나아진 해에 미사용 한도까지 채울 수 있다는 것이 ISA의 장점이었다. 기간을 제한하는 것도 복리 효과를 살리려는 장기투자의 취지와 충돌한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납입한도 이월을 다시 허용하고 계약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도록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누르기’ 방지책도 비슷하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일정 기간 주가를 조합한 복잡한 추정 요건을 내놓자 일부 기간만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과세 대상 범위와 세부 요건을 다시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공무원들이 주식시장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보여주는 정책”이라는 냉소까지 나왔다. 공무원의 주식투자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고위공직자 등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직무 관련 주식의 매각이나 백지신탁 의무를 진다. 시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설계된 공직사회가 실제 투자자의 판단과 기업의 주가 형성 과정을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앞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외로 빠지던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상품으로 쏠림이 커지며 변동성과 손실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예탁금·교육·괴리율 관리 등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개별 정책만 떼어놓고 보면 각각의 사정과 논리가 있다. 하지만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 단순한 시행착오라고 넘기기 어렵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장기투자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는데 세부 정책에서는 조세 논리와 행정 편의가 시장 현실보다 앞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논란이 불거진 정책을 빠르게 손질하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빨리 고쳤다’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가 정부안을 발표한 뒤에야 드러났는지 돌아봐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깨는 데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의 숫자만이 아니다. 증시 부양은 방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의 디테일이 그 방향을 뒷받침할 때 시장도 정부의 의지를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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