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최대 18문 공급, 3715억원 규모
시험평가 후 본계약땐 '10조원' 시장
김승연·김동관, 2대 걸친 뚝심 '결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차륜형 자주포(K9MH)를 앞세워 미국 방산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은 시제품 6문이지만 4년간 미 육군의 시험평가를 통과하면 최대 500문, 10조원 안팎의 사업으로 몸집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계약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을 향한 '마수걸이 수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한화는 일단 4년 후 본계약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미 육군은 K9MH를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 자국 탄약과의 호환성, 현지 생산능력 등을 검증한다. 이같은 시험평가를 마친 뒤 전력화 여부와 양산규모를 결정한다. 한화의 K9MH는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스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업체들을 모두 물리치고 시제품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본계약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미국은 K9이 그간 뚫지 못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앞서 한화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중동으로 K9 공급시장을 넓혀왔지만 미 육군의 차세대 무기체계 사업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미국의 포병전력을 지원받은 지 76년 만에 미국의 포병전력과 방산재건을 우리나라가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계약은 한화가 2017년 북미 최대규모 지상군 방산 전시회(AUSA)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 지 9년 만의 결실이기도 하다. 당시 한화는 수십 톤에 이르는 실물 K9과 비호복합 장갑차를 미국 전시장까지 직접 수송했다. 이후 수도인 워싱턴DC에 미주법인을 신설하고 전 주한미군 사령관, 미 행정부 전직관료, 글로벌 방산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현지 사업기반을 다져왔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 2대에 걸친 그룹 내 방산 육성 의지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 회장은 방산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이자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키워왔다. 2000년대 초 천무 개발 당시 매몰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실패해도 좋다"며 개발을 독려한 게 대표적이다. 빌 클린턴·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 등과 오랜 기간 쌓은 대미 네트워크도 미국 사업확대에 힘을 보탰다.
김 수석부회장은 이를 구체적인 사업전략으로 이어갔다. 무엇보다 2014년 삼성테크윈과 두산DST 인수, ㈜한화 방산부문과의 합병을 이끌며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틀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이후 미 육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해 차륜형 K9 개발과 미국 현지 투자를 추진한 것이 이번 계약으로 연결됐다. 글로벌 방산기업 출신 인재를 잇따라 영입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단행한 선제투자도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