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를 왜 출전시켜요?"→보드 두 동강 나고도 세계 챔피언 잡았다... 은퇴한 '서핑 황제'의 반격

켈리 슬레이터. /AFPBBNews=뉴스1

은퇴한 '서핑 황제'가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한국시간) "54세의 켈리 슬레이터가 타히티 프로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를 제압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고 전했다.

타히티 프로는 세계서핑리그(WSL)의 최상위 무대인 챔피언십 투어 가운데 하나다. 2026시즌 WSL 챔피언십 투어는 세계 9개국을 돌며 12개 대회를 치르는데, 올해 타히티 프로는 8월 타히티섬 테아후푸에서 열리고 있다.

테아후푸는 세계적으로 거칠고 위험한 파도로 유명한 서핑 명소다. 2024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 무대에서 슬레이터는 다시 한 번 '서핑 황제'의 위엄을 과시했다.

슬레이터는 전성기 시절 무려 11차례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등 오랜 기간 세계 서핑계를 지배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성기를 한참 지난 54세다. 지난 2024년 풀타임 투어에서 은퇴했고, 최근에는 고관절 수술까지 받았다.

슬레이터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최근 몸 상태 등을 이유로 와일드카드 부여를 두고 일부 비판도 나왔다. 50세를 훌쩍 넘긴 노장 대신 젊은 현역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슬레이터는 이런 의심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로이터통신은 "경기 환경은 험난했다"며 "슬레이터는 위험하고 까다로운 파도 속에서 첫 번째 시도부터 크게 넘어졌고, 두 번째 파도에서는 더 강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서핑보드가 두 동강 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위기에도 슬레이터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시 보드를 타고 바다로 들어간 그는 길고 깊은 튜브 라이딩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심판진이 부여한 점수는 10점 만점에 무려 9.73점이었다.

이후에도 높은 점수를 추가한 슬레이터는 두 차례 최고 점수를 합산해 20점 만점에 19.06점을 기록하며 메디나를 제압했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메디나는 세계챔피언을 세 차례나 차지한 현역 정상급 선수다. 하지만 슬레이터는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따냈다.

경기에 집중하는 켈리 슬레이터. /AFPBBNews=뉴스1경기 이후 슬레이터는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봤다. 나를 의심하거나 다른 선수에게 와일드카드가 돌아갔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증명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회 2라운드 최고 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그리핀 콜라핀토가 기록했다. 그는 10점짜리 완벽한 라이딩을 성공시키는 등 20점 만점에 19.6점을 받았다.

콜라핀토는 1998년생이다. 로이터통신은 "콜라핀토는 슬레이터가 자신의 11차례 세계챔피언 가운데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6년이 지나서야 태어난 선수"라고 소개했다.

켈리 슬레이터(왼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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