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마약범죄 첩보와 수사정보 맞교환…유착 관계 변질도
일선 수사관 "현실적 한계에 좌절하는 동료도"…리니언시 필요성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2026.8.4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경찰 내부에서 마약 수사는 흔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일'로 불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수범죄 특성상 제보나 신고, 내부자 진술이 없으면 수사가 어려워 정보 거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야당'(마약수사 브로커) 등 정보원에게 수사 정보를 유인책으로 내주면서 범죄 정보를 얻어내는 게 수사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엄연한 불법이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고 경찰이 모든 수사를 맡는 이 시점에 마약 수사도 합법적 제도를 통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마약 범행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수사 경쟁도 과열되면서 단순 정보거래를 넘어 유착 수준으로 변질한 사례도 적발됐다.
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현직 경찰관이 마약사범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해당 경찰관과 마약조직이 장기간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된 서울 광진경찰서 소속 A경감은 단순 정보 거래를 이유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A 경감은 마약조직 총책 B씨로부터 B씨의 경쟁 조직 관련 첩보를 독점으로 제공받았다. 이를 토대로 경쟁 조직원들을 주로 검거했다.
그 대가로 B씨 측이 요구한 수사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차장검사는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에 협조한 피의자를 위해 공적조서를 잘 써주거나 수사 정보를 일부 흘려주는 정도라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조직·계획적 유착 등으로 경찰과 범죄조직의 관계가 변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적조서를 잘 써주는 정도의 협력을 벗어나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을 공유해주거나 범행을 방조하는 등 사회적 통용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적인 유착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유착에는 경찰의 수사 현실도 배경이 된다.
그간 검찰은 밀수된 마약이 발견되면 세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즉각 공유받아 이를 토대로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등 비교적 쉽게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범죄조직 첩보에 의존하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던 셈이다.
검찰은 또 기소 여부와 구형량을 결정할 수 있어 마약사범이 먼저 정보를 적극 공유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전부 경찰에게는 없는 권한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열린 해외 3개국 연계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적발 및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관계자가 압수한 마약 등을 정리하고 있다. 2024.11.21 yatoya@yna.co.kr
수사 현장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범죄를 제보하는 경우 형벌을 면제·감경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경찰 마약 수사에 정식으로 도입해 제도권 밖에서 일어나는 정보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정급 경찰관은 "마약사범이 수사 첩보를 대가로 요구하는 정보가 과거에는 동료나 가족의 체포 여부 정도였다면, 지금은 출국금지 여부, 타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 등으로 과감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보 공유를 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수사기관에 제보해 공들인 수사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어 현장에선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확실한 제도적 토대가 있다면 위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마약 범죄 첩보를 수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경찰이 순간의 실수로 처벌받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준호 마약합수본 1부본부장도 "마약 수사 분야에서 리니언시 등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가 도입되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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