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유병호 메모엔 “윤석열은 두목…관저 이전은 최고의 결단”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실세로 각종 정치·표적 감사의 중심에 섰던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를 무마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감사위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위원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유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이던 2023년 3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을 받고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을 서면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당시 감사원은 이미 21그램에 대면 조사를 통보한 상태였는데, 유 감사위원이 감사단장을 질책한 뒤 이를 서면 조사로 바꿨다는 것이다. 유 감사위원은 대통령실에 자료 제출 요구 공문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대면 조사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특검팀은 유 감사위원이 감사 대상인 대통령실 쪽과 수시로 연락하며 관저 이전 감사를 무마했다고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사무총장이던 유 감사위원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한 2024년 2월 이후에도 감사 무마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회의는 2024년 5월 21그램 등 조사 부족을 이유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 심의를 보류했다. 그제야 감사원은 21그램에 대한 대면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대면 조사 문답서는 21그램의 관저 증축 공사 당시 역할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정됐고 이 과정에 유 감사위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14일 유 감사위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전날 이를 발부했다.

유 감사위원은 2022년 6월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정책이나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주도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표적으로 삼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월성원전, 부동산 통계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유 감사위원은 특별조사국을 활용해 먼지털기식 감사와 강압 조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유 감사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목’이라고 칭하고 관저 이전을 ‘경부고속도로 이후 최고의 결단’이라고 평가한 메모를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전후 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메모에는 “윤석열 반대 세력은 쓰레기”, “윤석열 당선이 곧 공정” 등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정권에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이른바 ‘타이거파’라고 불리는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감사원을 장악했다. 실제 한 감사원 관계자는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감사원장조차 유 감사위원을 ‘상왕’으로 표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22일 김 여사를 소환해 관저 증축 공사 업체 선정과 감사 무마 등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며 ‘윗선’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 quciksilver@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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