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정부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2027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에 관해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쟁의 대상이) 된다”며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광주 군공항에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고 하니까 노조에서 노사 협상을 해야 할 대상이다,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극단적으로 (노조가) 동의 안 하면 못 간다는 취지로 얘기가 나와 국민들께서 깜짝 놀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3일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며 “수만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걸린 이번 프로젝트는 조합과의 대화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광주에 공장을 지으면 내가 혹시 전보될 수도 있으니 노동쟁의 대상이다 이런 주장 같은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다”라며 “그러면 예를 들어 상속 문제도 누구한테 팔면 악덕 사업주가 돼 노동 조건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쟁의 대상으로) 하면 경영권 매각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확장하면 끝이 있느냐. 적정선에서 빨리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투자는 경영상의 결정으로 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초기업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엔(n)% 성과급 분배’를 두고도 “이게 과연 쟁의 대상이냐”며 “저 같은 경우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도 “(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행정부가) 헌법이 위임한 대로 시행령이나 대통령령, 시행규칙 등으로 미리 (기준을) 정해놓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초기업노조의 주장은) 노조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혁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한편 케이(K)자형 양극화의 그늘을 너무 빠르게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양극화 완화에 재정, 조세, 금융 등 관련된 모든 정책 역량을 총집중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해선 “중동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며 “원래 계획에 의하면 지금쯤은 사실은 더 내리든지 폐지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강화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가격 통제 제도로, 지난 3월13일 도입됐다. 이 대통령은 지엠오(GMO, 유전자 변형 작물) 완전 표시제에 관해서는 “조기에 시행하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양대 노총은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약하려는 매우 우려스러운 시각”이라고 논평했다. 한국노총도 “정부가 시행규칙이나 행정지침으로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려 한다면 국회가 입법으로 확대한 노동기본권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