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500선 턱걸이···AI 거품 붕괴 공포에 반도체 투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양대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양대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둔화 우려와 글로벌 반도체주 약세, 기관의 대규모 차익실현이 겹치며 4% 넘게 급락해 6500선으로 밀려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4.33p(4.46%) 내린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낙폭을 줄이며 6814.86까지 반등했지만 오후 들어 매물이 쏟아지며 한때 6472.80까지 밀렸다.

코스닥도 42.20p(5.33%) 하락한 749.64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번 급락은 최근 이어진 글로벌 AI 관련주 조정이 국내 증시를 다시 강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AI 투자 비용 확대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기술주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확대됐고,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수급에서는 기관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218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투자가 4893억원, 사모펀드 2901억원, 투신 2695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프로그램 매물이 집중됐다.

반면 외국인은 5236억원, 개인은 3510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기관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348억원, 618억원 순매도했고 개인만 1908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의 종목별 매매에서는 반도체 비중 축소가 뚜렷했다. 기관은 SK하이닉스를 9343억원, 삼성전자를 3515억원어치 순매도하며 대형 반도체주 비중을 크게 줄였다. 반면 S-Oil, 현대차, KB금융, SK스퀘어, SK 등을 순매수하며 경기민감주와 가치주 중심으로 일부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외국인은 시장 전체로는 523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6119억원), 삼성전자(2762억원), 삼성전자우(1221억원)를 집중 매수했다.

반면 한화오션, 삼성전기, 현대차, KB금융 등은 차익실현 대상으로 삼았다. 기관이 던진 반도체 물량을 외국인이 상당 부분 받아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순한 하루짜리 급락보다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재평가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글로벌 반도체 심리 변화가 증시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특성이 다시 확인됐다.

다만 외국인이 급락 과정에서도 반도체 대형주를 오히려 순매수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레버리지 ETF와 개인 신용거래 비중 확대에 따른 변동성이 커졌지만 장기 투자 성격의 외국인 자금은 핵심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프로그램 매매와 차익실현이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향후 반도체 실적과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다시 안정될 경우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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