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창영 특별검사팀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황원진 전 국정원 2차장이 계엄 실행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지미 특검보는 20일 경기 과천 종합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내란 관여 의혹과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황원진) 국정원 2차장이 산하 부서에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조사관을 파견할 것을 지시하고, 이 지시를 받은 담당 부서장이 계엄사의 요청이 있을 시 합수본에 조사관을 파견하라고 재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산하 부서에 ‘국군방첩사령부와의 컨택포인트를 구축하라’고 지시한 것 이외에도, 안전 담당 부서장이 직접 ‘경찰청과 컨택포인트를 구축하라’고 지시하는 등 1차장이 비상계엄 실행을 위해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지시들의 실제 진행 단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종합특검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홍 전 차장 등 정무직 5명을 포함해 국정원 관계자 8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홍 전 차장이 2024년 12월3일 밤 국정원 정무직 회의 직후 1차장 산하 부서장 회의를 열어 방첩사·경찰청 등과 연락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는 김 여사 쪽의 요청으로 22일로 다시 연기됐다. 김 여사는 애초 지난 19일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조사 일정을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종합특검팀은 22일 김 여사를 상대로 관저 증축 공사 과정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참여한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팀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김 여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아울러 21그램이 2022년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디올 의류 등 금품을 제공하고, 김 여사가 그 대가로 21그램의 공사 계약 수주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김기현·나경원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특검보는 “추후 두 사람이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검토한 뒤, 추가 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무산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사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 중으로 출석 일자를 협의 중이며, 협의되지 않으면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 특검보는 최근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제기된 ‘수사력 부족’ 비판과 관련해 “2차 특검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그는 “수사 초기 증거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과 1차에서 못다 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저희(종합특검팀)가 훨씬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영장 중에는 범죄 혐의는 소명됐지만 구속 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도 있다”며 “수사 기간이 연장되면 재청구를 검토 중인 사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선 특검팀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고도 수사 성과가 미진하다는 질문에는 “보통 인력 규모를 따질 때는 검사의 수로 비교하는데, 우린 14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예산과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철휘 기자 hw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