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1·2금융권의 대출 창구가 동시에 닫히면서 실수요자와 서민층의 자금난과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 자금 조달 경로는 차단되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는 반면 생계형 자금과 단기 자금은 보험대출 등 제3의 창구로 이동하며 차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목표치를 넘어선 649조6612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연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액 목표치인 약 4조3400억원을 이미 3500억원가량 초과했다.
여력이 소진된 은행들은 신규 취급을 축소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주택구입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 하루 평균 규모는 1857억원으로 전월(2461억원)보다 25% 감소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승인액도 하루 평균 1536억원으로 15% 줄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신한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한시 제한해 대출한도를 줄였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수요를 받아온 상호금융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지난해 관리 목표 미달로 올해 가계대출 순증이 불가능하며 농협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1% 이내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상반기 가계대출은 3사 합산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3사 집단대출 잔액은 38조15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조1000억원 늘면서 3사는 집단대출 중단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에 이어 마지막 우회로로 꼽히던 보험사 주택담보대출마저 점차 차단되는 모습을 보인다. NH농협생명이 지난 4월부터 한화생명이 지난달부터 모든 채널에서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동양생명도 이달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을 멈췄다. 삼성생명은 오는 8월 말까지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고 삼성화재는 금리 인상 후에도 신청이 몰리자 이달 말까지 신규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했다.
반면 생활자금과 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창구로 이동 중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110조468억원으로 보름 만에 1조3764억원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 폭의 1.8배다.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다시 증가세다.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10곳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55조8890억원으로 한 달 새 5812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권고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85%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자금 수요가 이어진 결과다. 다만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 목적 수요도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서민층의 마지막 대출 창구마저 압박받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주요 보험사를 소집해 관리 강화를 주문했으며 대출 한도 추가 하향이 검토되고 있다. 교보생명과 동양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조건 강화, 신규 취급 중단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마저 고액 계좌 위주로 재편되고 소액 구간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급전 창구 문턱이 동시에 높아지면 중·저신용 차주들이 더 높은 금리의 대출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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