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딥테크 실험실 연다···사업성보다 기술 주목

우리금융그룹 디노랩 전경. (사진=디노랩 유튜브 갈무리)
우리금융그룹 디노랩 전경. (사진=디노랩 유튜브 갈무리)

우리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에서 ‘핀’을 떼고 딥테크 스타트업을 모은다.

우리금융은 테크 센터를 통해 유망 기업을 미리 선점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혁신을 이뤄갈 예정이다.

20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테크 센터를 통해 기술기반 기업을 발굴하고, 사업화와 투자연계까지 이어간다.

기존 센터에서는 스타트업이 먼저 제안하고 그룹사의 매칭을 유도했다면, 테크센터에서는 금융사가 먼저 과제를 제안하고 기업을 매칭한다. ‘기업 발굴’에서 ‘과제 해결’로 스타트업 지원의 중심이 이동한 셈이다.

스타트업으로부터 회사소개서와 재무제표 등 기본 서류는 받지만, 계열사 과제별 기술검증(PoC) 수행계획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보유 기술, 수행 방법론, 단계별 일정, 검증 지표(KPI), 투입 인력 등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만 묻는다. 사업성이나 성장 전망을 앞세우는 기존 오픈이노베이션과 갈리는 지점이다. 선발 기준에서도 기술검증 수행 능력이 70%로 가장 중요하다.

우리금융은 AX(인공지능 혁신)를 위한 4개 과제를 요청했다. 스타트업들은 이 과제를 수행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데이터와 실제 사업화에 필요한 정보를 활용한 협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절세를 위한 AI를 과제로 내놓았다. 복잡한 세법 개정 사항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AI 기반 정확한 세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높이고 상담 오류를 줄이려는 계획이다.

동양생명은 AI마켓센싱 시스템을 통해 시장의 트렌드와 경쟁사 상품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신상품 출시 기간을 단축하고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우리투자증권은 AI리서치 어시스턴트를 확보하고자 한다. 애널리스트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다국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요약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사내 비정형 데이터를 자산화하고자 하고 있다. 유사 보고서를 참조해 작성을 자동화하면서 그룹전반에 걸친 지식자산들을 활용하는 데 AI를 쓰려고 하고 있다.

디노랩은 이 선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연간 1회 정기 모집하고 추가 과제를 수시 모집한다. 이번에 모집하는 1기는 총 6개사 내외 기업 발굴을 목표로 해 더 세밀한 지원이 가능할 예정이다. 기존 디노랩 스타트업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 폭을 넓혔다.

계약을 체결한 뒤 첫 4주간에는 함께 수행계획서를 다듬어 최종안을 만들어낸다. 디노랩은 그동안 예비창업자들의 사업을 1:1 컨설팅으로 키워냈고 231개사들과 협업하며 ‘스타트업 산실’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어 4주간 기술검증 설계와 환경 구축을 통해 테스트 환경을 만든다. 보안 대책도 이 과정에서 마련된다. 8주간의 준비 과정을 마치면 이후 12주간 AI설루션을 적용하고 모델을 개발한 뒤 사용자 테스트와 피드백을 반영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술검증은 총 4~6개월간 수행된다.

디노랩 테크 센터 지원 프로그램. (표=우리금융그룹 디노랩 제공)
디노랩 테크 센터 지원 프로그램. (표=우리금융그룹 디노랩 제공)

지원은 8월2일까지 디노랩 홈페이지에서 받고 9월 센터가 문을 연다. 선발되면 PoC(기술검증) 수행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이 지원되고, 이 가운데 1500만원은 착수금으로 먼저 지급된다. 네이버클라우드 크레딧 최대 1000만원과 AWS 크레딧도 별도로 제공되며, 선발 기업은 1년간 전용 사무공간과 강남·베트남센터를 쓸 수 있다.

PoC 결과가 우수하면 그룹사 CVC와 디노랩 펀드, 한국성장금융 등을 통한 투자 검토로 이어진다. 우리금융은 올해 포용금융 기조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며 디노랩 3호 펀드에만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1호 50억원, 2호 100억원에 이어 2배로 규모가 불어났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개혁 수단으로 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우리금융에서 스타트업이 갖는 의미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15년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핀테크 육성을 주문한 바 있다. ‘제로 투 원’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해 KB금융은 ‘KB 더 스타터스’, 신한금융은 ‘신한 퓨처스랩’,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애자일랩’을 출범시켰고, 2016년 우리금융은 디노랩의 전신인 ‘위비 핀테크랩’을 만들며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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