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패배에 시민들 “메시의 마지막 무대, 허탈하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9일(현지시각) 스페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에서 패배한 후 좌절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에서 아르헨티나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패배가 확정된 19일(현지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카페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시민들이 느낀 슬픔은 조국의 패배 그 이상이었다. 리오넬 메시(39)와의 이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날 카페에서 경기를 지켜본 카밀로 시체로(22)는 아에프페(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며 “이번이 메시의 마지막 무대일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의 친구 후안 사엔스(22)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늘 세계 최고였던 메시의 시대가 이렇게 끝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에서 메시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팬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결승전 티켓 한장에 1만달러(약 1500만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쓴 마누엘 로페스 마코타는 에이피(AP) 통신에 “돈은 언제든 다시 벌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을 보는 것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며 “이 경험에 비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 18세의 나이로 첫발을 내디딘 후, 이번 대회까지 무려 여섯 번의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준우승에 이어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정점에 섰다. 4년 뒤면 43살이 되는 만큼,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를 그의 마지막 월드컵 출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도 메시의 마지막 모습을 보도했다.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라 나시온’은 고개를 숙인 메시의 사진과 함께 “꿈의 끝”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아르헨티나의 가장 오래된 신문인 ‘라 카피탈’은 “기적이 없는 한 메시의 월드컵은 끝났다”면서도 “그가 남긴 순간들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짓는 메시의 모습을 전하며 “당신이 울면 우리 모두가 운다”는 헌사를 보냈다.

비록 우승컵은 놓쳤지만, 경기가 끝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기념비 주변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며 모여들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던 지난 2022년 당시 이곳엔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이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레오(메시의 애칭), 고마워요. 항상 응원할게요”라고 외쳤다.

다만, 메시 자신은 아직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그는 현재 39살이지만, 스스로 멈추겠다고 결정할 때까지 대표팀에서 계속 뛸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아르헨티나 스포츠 전문지 ‘올레’ 역시 “메시가 2030년, 43살의 나이로 한 번 더 월드컵 무대에 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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