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롯데 등 국내서 파일럿 플랜트 가동
중국은 반고체 우선 전략…美·日은 완성차 중심 실증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르면 2027년 양산 목표를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드론 등 고출력·경량 배터리가 요구되는 신시장이 커지면서 전고체 배터리 소재부터 셀, 완성차 실증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일반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2027년부터 양산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연산 40t(톤)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 중이며, 주요 고객사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고 시양산을 검토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전용 양극재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전북 익산2공장에서 파일럿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8년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상업화를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셀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3사 중에선 삼성SDI가 가장 빠른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BMW·솔리드파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SDI가 솔리드파워의 고체 전해질을 활용해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 셀을 공급하면 BMW가 모듈과 팩을 개발해 차세대 테스트 차량에 탑재, 실제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SK온은 지난해 9월 대전 미래기술원에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상온보다 높은 온도(25~100℃)에서 전극에 균일한 압력을 가해 밀도와 성능을 높이는 차세대 압착 공정인 온간등압프레스(WIP)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인 ‘WIP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까지 전기차용 흑연계,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용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양극과 음극, 전해질을 모두 건식으로 제조하는 ‘올 드라이’ 공정도 추진 중이다.
그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한중 간 점유율 확보 경쟁에 가까웠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 가능성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눈에 띈다. 중국은 전고체 배터리의 조기 상용화가 어렵다고 보고 고체 전해질에 소량의 액체를 첨가한 반고체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실증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토요타는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혼다는 미국 기업 퀀텀스케이프와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팩토리얼과 공동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차량에 통합해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화재 위험을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전기차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고출력·경량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계면 저항이나 리튬 덴드라이트 문제, 제조 수율 안정화 등은 대량 보급의 걸림돌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면 저항이나 리튬 덴드라이트 등의 난제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성 측면에서도 양산이 본격화하면 기존 리튬계 배터리와 크지 않은 가격 차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