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개월간 고공행진하던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지지율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 국민 관심사와 동떨어진 정책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자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공개한 여론조사(18∼19일 실시)에서 다카이치 정부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 때와 견줘 7%포인트 내려간 53%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정부 지지율이 6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정부 지지율은 41%로 전달 대비 10%포인트나 급락했다. ‘다카이치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역시 처음 나타났다.
다카이치 정부는 지난해 10월 출범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 명운을 걸고 지난 2월 실시한 ‘중의원 조기 해산 뒤 총선거’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두면서 ‘절대 1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경 보수 정치권 쪽 정책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자 이에 대한 반작용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일왕 계승자를 확보하기 위해 ‘황실(왕실)전범’을 개정하면서 부계 남자 왕족만 왕이 되는 ‘남계남자’ 원칙을 고수한 게 대표적이다. ‘황실전범’은 일본 왕위 승계 조건 등이 담긴 법률인데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서 옛 왕족의 남성 자녀를 양자로 들일지언정 여성은 일왕을 이어받을 수 없도록 했다. 현재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과 삼촌이 있다. 자녀 세대에서는 일왕의 조카인 히사히토 왕자 한 명뿐이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후 사이에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있지만, 구시대적인 ‘남계남자’ 원칙을 지키기 위해 법률에서 ‘여성 일왕’ 가능성을 차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개정된 황실전범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19%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황실전범 개정 내용이 국민 이해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24%에 그쳤다.
반면 현 정부가 급등하는 물가 문제나 다카이치 총리 개인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물가 문제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29%에 그쳤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 때 자신의 측근이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여론조사에서는 ‘총리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24%에 그쳤다. 다카이치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신중하다’는 반응이 38%로 낮은 것도 이런 배경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엄격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