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트럼프 색채 짙은 월드컵”…전례 없는 ‘정치적 개입’ 지적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중미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리오넬 메시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는 20일 폐막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 주최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운영에 ‘정치적 개입’을 한 전례 없는 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트럼프 영향력이 대회 내내 경기장 안팎에 드리워져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주최국의 하나인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경제적 효과 등을 근거로 이번 대회의 ‘레거시’(유산)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자화자찬하고 있다.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사무국장은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과 가장 많은 시청자, 가장 안전하고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650만명 넘는 관중이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이는 지난 두번의 월드컵 관중을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경기장 수용률이 99.7%에 이르렀고, 전 세계 수십억 시청자가 최고 모습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시청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줄리아니 사무국장은 “지난 2018년 첫 임기 때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선견지명으로 이번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으며, 두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그의 리더십이 지금의 전례 없는 상황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17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리셉션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 대회’라고 자평했다. 국제축구연맹 누리집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회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었다”며 “세계는 이미 승리했고, 미국과 국제축구연맹도 승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주최국 대통령이 대회 도중 국제축구연맹에 압력을 가해 징계 결과를 뒤바꾼 ‘불명예 기록’도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대표팀 선수 폴라린 발로건은 32강 경기 도중 레드카드를 받고 다음 경기 자동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국제축구연맹 징계위원회가 발로건의 출전정지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검토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간 결승에서 ‘미식 프로풋볼식' 하프타임쇼가 열린 것도 논란의 하나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샤키라, 저스틴 비버, 마돈나 등 세계적 스타들이 출연해 화려한 공연을 펼치면서 하프타임이 30분 가까이 길어졌다. 하지만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은 전반 종료와 후반 시작 사이 휴식시간이 15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공동 개최국과 대회가 치러지는 도중에도 정치·외교적 갈등을 거듭했던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캐나다, 멕시코와 냉랭했던 미국은 월드컵 기간에도 긴장 관계를 유지해 공동 개최 회의론을 부르기도 했다. 또 미국 정부는 조별리그가 한창이던 지난 1일 북미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연장을 거부하는가 하면, 17일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와 관련해 대기오염 등에 따른 추가 관세를 언급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멕시코와 (대회 기간에도)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색채’가 짙은 대회로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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