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인수하며 비만과 당뇨 치료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 그룹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약 2조7천억원(14억6천만스위스프랑)으로,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루어진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고 공개매수를 진행해 오는 12월 말까지 지분 100%를 최종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와 코로나 백신에 활용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목표를 정확히 찾아가는 항체에 독성 치료제를 결합해 특정 표적(암세포 등)만 정밀 타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을 생산해왔다. 이번 인수를 통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성분인 ‘펩타이드’ 영역까지 제품 종류를 다양하게 늘릴 수 있게 됐다.
펩타이드(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2개에서 50개 정도 짧게 연결된 물질)는 몸 안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데, 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질병 치료제로 개발한 것이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이런 의약품의 대표적 사례가 비만·당뇨 치료제(GLP-1 계열)다. 이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체내 호르몬을 흉내 내어 만들어졌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과 당뇨뿐만 아니라 암, 면역질환,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 치료제까지 펩타이드를 활용해 개발하고 있다.
인수 대상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으로,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펩타이드 치료제와 관련해 1천건이 넘는 개발 및 생산 실적을 가진 선도기업이라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쪽 설명이다. 특히 치료제를 만들 때 들어가는 액체 원료인 유기용매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제조기술이 특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폴리펩타이드 그룹의 생산시설과 기술, 그리고 1500여명에 이르는 숙련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스웨덴·벨기에·미국·프랑스·인도 등 5개국에 걸친 6개 글로벌 거점도 확보하게 된다. 기존에 폴리펩타이드 그룹이 맺고 있던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에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으로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