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을 들인 올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여러 차례 초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중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17~20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AI·에이아이)대회 행사에 한국 정부 고위급 관료가 참석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심 끝에 주중대사관의 과기부 주재관과 인공지능(AI) 담당 과장을 파견하는 데 그쳤다.
중국 쪽 소식통은 “한국 정부에 이번 행사 참석을 여러 번 얘기했지만, 한국 정부 고위급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중국 쪽은 올해 행사에 우리 쪽에서 예년보다 고위급에서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중국이 에이아이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자는 뜻을 강조한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다른 측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에이아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이 미-중 에이아이 경쟁 심화 속 양쪽으로부터 협력 요구를 받는 동시에 한쪽 진영에 서라는 압박에 마주한 현실이 이번 중국의 ‘초청장’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인이 미국 기업 앤트로픽의 최첨단 에이아이 모델인 미토스를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도 했다. 현재 이 규제를 풀기는 했지만, 비우호국가가 미국 첨단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주도 첨단기술 협력체제인 ‘팍스 실리카’와 최근 한·미·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핵심광물 다자협의체인 ‘지전략적 자원협력포럼’(FORGE) 등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중이 에이아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과 대립을 하는 국면이라서 우리도 에이아이 산업이나 국제 협력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급하게 어느 한 진영을 선택하지는 않더라도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개막연설에서 중국이 인공지능 기술과 국제 규칙을 둘러싼 미국·서방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을 본격적으로 밝혔다. 시 주석은 “인공지능 발전은 한 국가에 의한 독주가 아니라 국제적 협력을 통한 교향곡이 돼야 한다”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에 대한 에이아이 지원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구상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타이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중국은 지난 16일에는 러시아, 브라질 등 29개국을 모아 서방 중심의 인공지능 질서에 맞서는 구상인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도 설립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