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형 인간’ 암 사망 위험 높다…1시간마다 5분 ‘걷기 휴식’을

1시간마다 5분 걷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장시간 좌식생활이 초래하는 부정적 건강 영향을 줄이는 가성비 좋은 접근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arrie Allen www.carrieallen.com/Unsplash

직립 보행을 계기로 새로운 진화 단계에 들어선 인류의 조상은 자유로와진 손으로 도구를 쓰며 환경을 극복하기 시작했고(호모 하빌리스), 이어 직립 보행이 완성되자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각지로 진출해(호모 에렉투스), 영리한 머리로 곳곳에서 문명 사회를 일궈냈다(호모 사피엔스).

하지만 고도의 기술 문명을 이룬 오늘날의 인류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서 멀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눈 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기계에 맡긴 채 의자에 앉아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호모 세덴스(Homo sedens)의 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장시간의 좌식 생활로 인한 활동량 부족은 여러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공중보건 문제로까지 부상한 속칭 의자병(Sedentary disease)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없을까?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가 중심이 된 연구진이 매시간 5분씩 걷는 ‘걷기 휴식(Movement breaks)’이 실천 가능성과 효과 면에서 가성비 최고의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했다. 업무 생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피로와 기분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건강 프로그램 ‘보디 일렉트릭 챌린지(Body Electric Challenge)’에 참여한 성인 1만9342명을 대상으로 21일간의 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효과가 좋은 건 30분마다 걷기 휴식을 취하는 것이지만, 실천 가능성 면에선 1시간 간격의 휴식이 적당하다. 픽사베이

30분 주기, 효과 더 좋지만 실행력이 걸림돌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으로 구성된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30분, 60분, 120분 간격으로 5분씩 걷기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이어 하루 일과가 끝난 뒤 또는 업무 중간 중간에 피로도, 기분, 업무 성과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 모든 그룹에서 피로감과 우울감은 줄고 기분은 개선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30분마다 걷는 그룹은 피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30분마다 5분 걷기는 현실적으로 매번 실천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1시간(60분)마다 5분씩 걸었던 그룹은 피로 해소와 기분 전환 효과가 충분하면서도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지속가능성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그동안 업무 중 짧은 휴식에 대한 거부감은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 때문이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업무 성과와 몰입도를 분석한 결과, 5분 걷기 휴식이 업무 효율을 저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오히려 작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몰입도와 업무 성과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자가 보고 방식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실제 일상생활을 통해 검증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혈당이나 심장 건강 등 만성 질환에 미칠 영향을 측정하고 분석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키스 디아즈 컬럼비아대 교수(행동의학)는 “이번 결과는 향후 보건 당국이 신체 활동 지침을 마련할 때 ‘매시간 5분 걷기’를 중요한 전략으로 고려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실천할 수만 있다면 30분마다 의자에서 일어나 잠깐이나마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다. 한 번에 30분 이상 앉아 있는 것은 암 사망 위험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이 영국 성인 9만여명을 약 12년간 추적 관찰해 의학저널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30분 이상 연속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암 사망 위험이 9% 증가했다.

좌식 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앉아 있는 총시간뿐 아니라 장시간 붙박이처럼 계속 앉아 있는지 아니면 중간에 자주 움직이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 정보

Evaluating movement breaks as a public health strategy to mitigate the harms of prolonged sitting: a large-scale pragmatic intervention.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DOI: 10.1136/bjsports-2025-11122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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