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50일 만에 제동···예탁금 3000만원으로

5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5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 직후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자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고강도 규제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은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상품의 추가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중단 대상에는 레버리지뿐 아니라 인버스와 커버드콜 상품도 포함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상품 광고 및 이벤트성 마케팅도 즉시 금지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통상 2배로 추종한다. 기초주식이 하루 5% 오르면 상품 가격은 약 10% 상승하는 구조지만 반대로 주가가 5% 하락하면 손실도 약 10%로 확대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일반 ETF와 달리 특정 기업 한 곳의 실적과 주가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 상품만 매매할 수 있었던 규제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국내 규율 안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5월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도입했다. 

당시 8개 자산운용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 16개를, 미래에셋증권이 ETN 2개를 상장했다. 당국은 출시 전부터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효과로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출시 이후 자금 유입 속도는 당국의 예상 범위를 넘어섰다.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5월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15일 11조9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늘었다. 

50일 만에 2.7배로 불어난 것으로 전체 ETF 시가총액의 약 2.5%에 해당한다. 하루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증가해 전체 ETF 거래대금의 38.2%를 차지했고,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회전율은 100%를 넘어섰다.

7월15일 투자자별 거래 비중은 외국인이 42.3%로 가장 높았고 개인 36.9%, 기관 18.3% 순이었다. 국내 상품 출시 이후 국내 투자자의 홍콩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순매도가 나타난 만큼 해외 상품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당초 정책 효과는 일부 확인됐지만, 거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말 34%에서 올해 4월 말 41%, 상품 출시 직전인 5월26일 49%, 7월15일 52%로 높아졌다. 당국은 단일종목 상품이 주가 상승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장 마감 직전 운용사들의 리밸런싱 거래가 몰리면서 기초주식 가격과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우려했다. 

5월26일부터 7월10일까지 연율화한 주가 변동성은 SK하이닉스가 113%, 삼성전자가 96%였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항간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일축했으나, 개인투자자의 진입 문턱은 크게 높아진다. 

현재 국내외 레버리지 상품을 처음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는 통상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맡겨야 하지만 앞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에는 3000만원이 필요하다. 

주식이나 일반 ETF·채권을 시가의 약 70%로 환산해 예탁금으로 인정하던 대용증권 제도도 적용하지 않고 현금만 인정한다. 

기존 투자자가 보유 상품을 추가 매수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며, 거래 경험이 많은 고객에게 예탁금 부담을 낮춰주는 증권사별 완화 조치도 금지된다.

규제 대상은 국내 상장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물론 미국에 상장된 테슬라 등 해외주식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할 때도 3000만원의 현금 예탁금을 요구한다. 

국내 상품만 규제할 경우 투자자금이 다시 해외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탁금 상향은 8월5일께, 대용증권 불인정은 8월19일께 시행된다.

최소 주문 규모도 커진다. 현재 1좌 단위인 국내 단일종목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를 오는 11월부터 잠정적으로 20좌로 확대한다. 

7월15일 기준 대표 상품의 1좌 가격은 삼성전자 추종 상품이 약 1만5000원, SK하이닉스 추종 상품이 약 1만8000원이었다. 당시 가격을 적용하면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이 각각 약 30만원과 36만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상품 가격이 바뀌면 실제 최소 주문금액도 달라진다.

괴리율 관리도 강화된다. 괴리율은 상품의 시장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 간 차이로, 괴리율이 높으면 투자자가 적정가치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위험이 커진다. 

유동성공급자(LP)가 지켜야 할 종가 괴리율 기준은 국내 기초자산 상품의 경우 3%에서 2%로, 해외 기초자산 상품은 6%에서 5%로 낮아진다. 고의나 중과실로 관리 의무를 위반한 증권사는 신규 종목의 LP 업무를 제한할 수 있고, 운용 중인 ETF가 적정 괴리율을 위반한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신규 ETF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투자자 교육은 기존 기본교육 1시간과 심화교육 1시간에서 심화교육을 2시간으로 늘린다. 챕터별 평가 문항을 확대하고 60점을 받지 못하면 해당 내용을 다시 학습하도록 한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현재 손실률과 중장기 보유 위험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푸시알림이나 안내톡으로 주기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평가 강화는 7월, 교육시간 확대와 위험안내 개선은 8월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상품을 도입한 지 불과 50일 만에 진입·거래·광고·상장 전반을 동시에 조이는 사실상의 속도조절이다. 

당국은 상품을 폐지하지는 않되 과도한 거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3000만원의 현금 예탁금과 20좌 주문단위는 소액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반면 높은 변동성과 장 마감 리밸런싱, 괴리율 확대가 계속될 경우 상시 괴리율 관리와 반복 교육, 투자경험 요건 신설,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 추가 규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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