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명 추가 사망…중동에 F-16·F-35 증파

시아파 무슬림 순례객들이 19일(현지시각) 아르바인 추모행사를 앞두고 성지 카르발라로 행진하며 피살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후세인 팔레/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지난달 체결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무너진 가운데, 주말 사이 미군 3명이 숨졌고 실종된 미군으로 추정되는 유해도 발견됐다. 이란 공격은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등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으며 미국은 중동에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양국이 전면전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19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에서 격추된 이란군의 일방향 공격용 무인기(드론) 불발탄을 통제된 방식으로 폭파하던 중 미군 병사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병사 1명도 경상을 입어 치료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숨진 병사가 폭발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이나 잔해에 맞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망으로 지난 2월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숨진 미군은 모두 17명으로 늘었다.

이에 앞서 17일 이란이 요르단 아즈라크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미 육군 병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지난달 양해각서 체결 이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첫 사례였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를 발견해 감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 유해가 실종된 병사의 것으로 추정되며,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최종 신원 확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확인될 경우 미군 사망자는 18명으로 늘어난다.

미군은 병사 사망에 대한 보복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상선 보호를 명분으로 이날 이란에 대한 8일 연속 공습을 이어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해안감시·방공 시설과 해상전력, 미사일·드론 저장시설을 공격했으며, 요르단 주둔 미군을 공격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병력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추가 전력도 투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독일에 배치된 미 공군 F-16 전투기와 영국에 있던 F-35 스텔스 전투기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공중급유기도 추가로 파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공중급유기는 이스라엘 공군기지에 배치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전력 이동이 최근 미군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지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 내부 논의에 정통한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더 광범위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적 협상 재개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투기 증파는 4개월 넘게 이어진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미국의 폭격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 원자력청은 미군이 남서부 후제스탄주에 건설 중인 다르호빈 원자력발전소 부지를 여러 발의 발사체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에 대해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해당 시설이 아직 건설 초기 단계이고 최근 사찰 당시 핵물질도 없었던 만큼 방사성물질 유출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모든 교전 당사자에게 핵 관련 시설 주변에서 군사 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양국의 공격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향하고, 주변국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교량과 철도, 전력·수도 관련 시설을 공격했고, 이란은 미군이 주둔한 쿠웨이트와 바레인, 요르단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민간 기반시설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 한 국제법상 공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고의로 공격할 경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쿠웨이트 전력수자원재생에너지부는 발전·해수 담수화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이틀 연속 받았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쿠웨이트가 담수 수요의 약 90%를 해수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며, 걸프 지역에서 이런 시설에 대한 공격은 주민들의 생존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요르단군은 이날 자국을 향해 날아온 이란 탄도미사일 3발을 요격했고, 다른 1발은 인적이 드문 지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영상에는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아카바의 후세인 국왕 국제공항 상공으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요르단 외교부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대리를 초치해 “요르단 영토를 겨냥한 계속되는 공격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스라엘도 요격에 가담했다. 이스라엘군은 요르단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 일부를 자국 방공망을 이용해 요격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시엔엔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어떠한 조건이나 제약 없이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맺은 양해각서도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이란이 미국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더는 양해각서를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스네이션과의 통화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교량과 발전소, 전력 배전망 등 기반시설을 추가로 타격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 감소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시엔엔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약 3% 오른 배럴당 90.78달러에 거래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약 3% 상승한 배럴당 84.85달러를 기록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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